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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① 고귀한 단 하나의 예능인

[기타] | 발행시간: 2014.10.21일 09:06
아이즈 ize 글 위근우

[코미디의 시대였다. 개그 황금세대로 불리는 동기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신인 개그맨이었다. 동기들과 함께 한 댄스 무대에서 박자를 놓쳐 평생 남을 굴욕 영상을 만들었다. 10여 년 동안 무명으로 지내며 밤마다 부처님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빌었다. 메뚜기 가면을 쓰고 무명에서 벗어났다. ‘토크박스’에서 굴욕의 경험을 팔아 인기를 얻었다. 정통 코미디의 시대가 가고 예능의 시대가 왔다. 인기 MC가 됐다. ‘유 반장’이 됐다. 한국 예능을 양분하는 양대 MC가 됐다. 예능의 신 ‘유느님’이 됐다. MC의 시대가 저물었다. 그리고 이제, 유재석이라는 이름 석 자로 우뚝 섰다. 수많은 굴곡을 거치며 1인자도, 메뚜기도, ‘유느님’도 아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그냥 유재석으로서 온전하게 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웃기지 않는 유재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렵다. 대신 요즘의 유재석은 웃기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 JTBC <히든싱어 3> ‘이적 편’에서 유재석은 굳이 출연해 웃긴 멘트를 던지지 않아도, 전화 연결이 된 것만으로 스튜디오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KBS <해피투게더 3>에서의 서태지와의 대담 역시 예능 MC 대 게스트의 구도라기보다는, 거인 대 거인의 대담 같은 구도로 편성됐다. 그의 홈구장이라 할 수 있는 MBC <무한도전> ‘라디오 특집’에서는 레이디스 코드 혹은 안타깝게 사라진 어린 영혼들 모두를 추모한 ‘재석 노트’가 매체와 시청자들을 통해 두고두고 회자됐다.

예능을 종교로 삼은 사람, 그리고 예능으로 종교가 된 사람. ‘유느님’ 유재석은 한 인간이 예능으로서 닿을 수 있는 어떤 극한의 경지였다. 폐지된 MBC <놀러와>에선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그들의 예능 잠재력부터 깊은 속내까지 끌어내 주는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였고, <무한도전>에서는 자신도 유려한 플레이를 하면서 다른 멤버의 플레이까지 조율하는 예능의 지네딘 지단이며,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서는 끊임없는 깐족거림과 수다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조동아리다. 어떤 포맷, 어떤 멤버와 조합해도 재미를 만들어내는 그는 말하자면 예능의 ‘끝판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재석은 이조차 넘어선 듯하다.

수많은 이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는 그의 바른 성품과 성실함, 자기 관리에 대한 찬사에 한 줄을 덧붙이려는 건 아니다. 재밌고 유명한데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 존재라는 건 분명 흔치 않지만, 그것은 현재의 유재석에 대한 온전한 설명은 아니다. <무한도전> ‘쉼표’ 특집 때 직접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두 개를 다 가질 수 없다”고 말했지만, 철저한 예능 프로페셔널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가 현재 실현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예능 스타일을 삶의 방식으로 구현해내는 존재미학이다. 유재석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진행을 선호한다. 방송 바깥에선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학교 선생님을 위해 반 아이들 전체 사인을 해서 보내줬다는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똑같은 방식이 방송에선 세련된 웃음이라는 미적 차원으로, 사석에선 선함이라는 윤리적 차원으로 드러난다. 재밌고, 착한 게 아니다. 재미와 윤리적 선이 삶의 스타일 안에서 둘이 아닌 하나가 된 것이다.



가령 유재석 특유의 남을 헐뜯지 않는 유머는 그 자체로 높은 단계의 윤리적인 원칙 위에서 움직인다. 단순히 남을 헐뜯는 건 나쁜 짓이라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유머가 가져올 웃음의 총량만을 계산하지 않는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좇는 공리주의적인 방식에선 한 사람이 10의 불쾌함을 느끼고 아홉 명이 각각 10씩의 웃음을 얻는 게, 열 명이 각각 8씩 웃음을 얻는 것보다 성공적이다. 꼭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처럼 게스트를 공격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예능은 이처럼 웃음 총량의 최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유재석은 총량은 조금 낮을지언정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식을 찾는다. 그 방식 안에서 가능한 최대치의 웃음을 가져오는 건 물론이다. 선하게 웃음을 실현하는 동시에, 웃음으로서 자신의 윤리 원칙을 실현한다.

흔히 유재석을 상징하는 착한 예능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반쪽짜리다. 그는 또한 재밌는 선함을 추구한다. <해피투게더 3> ‘핫젝갓알지 특집’에서 천명훈처럼 감을 못 잡는 게스트에게는 의도적으로 깐족대서라도 캐릭터를 부여해 전체 흐름 안에 편입시킨다. 배려로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배려도 이렇게 재밌고 세련되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가 종종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보내는 ‘형제들이여’라는 과장된 응원의 메시지 역시 민망하기보다는 코믹하다. 즉 그는 착한 예능인인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도덕군자다. 금연이나 운동 같은 유재석의 자기 절제는 프로 예능인으로서의 육체적 노력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스스로의 삶에 일관되고 긍정적인 스타일을 부여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하여 방송인 유재석은 자연인 유재석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도 그것이 예능이 될 수 있고, 분칠한 예능 무대에서도 자신의 인격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예능 ‘끝판왕’인 그는 리얼리티쇼 장르에만 출연하지 않았지만, 대신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세련된 리얼리티쇼가 되었다.

시청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 서태지와의 대담은 그래서 유재석 토크의 옥에 티도, 착한 예능의 한계도 아니다. 역시 서태지와 단독 대담을 진행한 JTBC <뉴스룸>의 손석희처럼, 유재석 역시 동시대의 거물로서 서태지를 맞이했다. 말하자면 유재석의 존재 자체가 서태지에 대한 방송국의 예우다. 과거의 전설과 현재의 전설의 만남, 웃기지 못한 게 아니라 웃기는 게 목적이 아닌 만남. 혹자들의 가정처럼 ‘라디오스타’였다면 서태지를 좀 더 코너에 몰아넣으며 더 많은 웃음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미 유재석에게 요구되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면 유재석이라는 리얼리티쇼에서 조금 재미없는 회차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지금의 유재석은 웃기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하다. 물론 그는 여전히 ‘유반장’으로서 <무한도전>을 400회째 이끌고 있으며, ‘런닝맨’에서 광수에 대한 깐족거림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과거의 그가 예능의 메커니즘을 온전히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송 기계’였다면, 이제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방송에서 하나의 사건이자 이벤트가 되는 존재가 되었다. 비록 <나는 남자다>의 시청률은 5%가 채 안 될지언정, 취업준비생에 대한 어머니의 응원 영상을 보고 유재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감정의 울림을 준다. 유․강 시대, 아니 톱 MC 시대의 종결 이후에도 유재석의 아성만은 공고한 건 그래서다. 그는 톱 MC의 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일인자 MC라기보다는, MC라는 포지션을 넘어서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그’ 유재석이다. 자기 영역의 극단을 탐구하던 예능인은 그렇게 자기 분야의 일등을 넘어, 예능인이 고귀해지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2006년 <무한도전> ‘런웨이 편’에서 그는 “태호야 일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너무 커진 건, 유재석 본인이 아닐까. 물론 여전히 웃기지 않는 유재석은 상상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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