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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 이진아의 차트 '올킬'과 EXID의 역주행

[기타] | 발행시간: 2014.12.08일 10:08
디지털 귀차니즘과 스크롤 압박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음악웹진 [weiv]의 고강도 칼럼 프로젝트. 길고 어렵습니다. 진짭니다. 두 번 경고했습니다. 그래도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당신은...멋있는데?

2014년 11월 23일 저녁. 각 음원 사이트에 2013년에 발표된 무명 곡 하나가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건 옛말. 나와 노래를 부르고 심사위원의 극찬이 이어지는 10분 남짓한 순간이 지나자 이진아는 음원 차트를 올킬 한 스타가 됐다.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들이 남긴 평가는 이랬다. "우리보다 잘하는 사람 어떻게 심사해.",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 그리고 이어진 평은 다음과 같았다. "들을 음악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아니라 들을 음악을 우리가 찾지 않았다."



100장도 팔리지 않던 음반에 수록된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는 어떻게 음원 차트를 '올킬'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 10%가 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케이팝스타의 하이라이트 시간대에 방송되고 방송이 끝난 직후 음원이 발매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케이팝스타는 친절하게 방송 후 음원이 출시되니 들어보라는 자막을 보냈다. 음원 사이트에서 '시간아 천천히'를 들은 이가 모두 그 시간에 케이팝스타를 본 이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조금 복잡하고 뻔하다. 케이팝스타와 같은 인기 있는 방송이 방영되면 끝나자마자 혹은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 신문에서 기사를 내보낸다. 포털은 그중 반응이 좋을 것 같은 기사를 메인에 띄운다. 기사를 본 이들이 해당 음악가의 노래를 듣기 위해 또는 관련된 기사를 찾기 위해 포털 검색창에 음악가의 이름을 입력한다. 해당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그 실시간 순위에 오른 검색어를 다시 사람들이 클릭한다.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사이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방송과 곡에 관한 글 또는 영상이 올라오고 공유된다. 그렇게 해당 곡이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렇게 1위가 된 곡은 음원 사이트에서 탑10을 주로 듣는 사람들과 매장에서 탑100을 랜덤 모드로 트는 자영업자들에 의해 계속 소비되고 일정 기간 자리를 지킨다. 그 과정에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소식이 인터넷 신문을 통해 기사화되고 다시 위의 과정이 반복된다.



얼마 전에 EXID의 '위아래' 차트 역주행이 화제가 됐다. 어느 팬이 EXID의 군부대 공연에서 한 멤버를 직접 촬영한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영상은 소셜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인터넷 신문을 통해 기사화됐다. 이후의 과정은 위와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EXID는 좀 더 본격적으로 과정 안에 뛰어들었다. 홍대 앞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고 다시 누군가 이때의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인터넷 신문, 포털, 소셜 네트워크, 블로그 등에서 중계 됐다. 방송국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방송 활동이 끝난 이를 다시 무대에 세웠고 이 역시 유튜브의 영상, 인터넷 신문, 포털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 문단의 첫 문장을 다시 풀어쓰자면 EXID의 '위아래' (직캠 영상)이 화제가 됐고 차트를 역주행 했으며 이 사실이 화제가 되고 그 화제가 된 사실이 다시 화제가 됐다. '위아래' 차트 역주행이 화제가 됐고 화제가 된 사실이 화제가 됐다. 결국 이 곡은 어느 음원 서비스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위 두 곡이 인기를 얻은 방식은 다르다. '시간아 천천히'는 방송에서 전략적으로 '밀어준' 곡이다. 유래없이 첫 회에 방송된 곡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서비스됐다. '위아래'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서서히 인기를 끌어 방송과 음원 차트 상위권까지 올랐다. 전자가 현재 가장 큰 영향을 가진 미디어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뿌려졌다면 뒤는 한두명 네티즌의 반응이 모여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둘이 소비되는 방식은 같았다. 방송-뉴스-포털-블로그-소셜 네트워크-음원 서비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디어와 서비스 속에서 '이슈'로 소비되었다는 점이다.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는 방송국의 SBS 인기가요와 같은 가요 프로그램이 아니라 케이팝스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다. 케이팝스타의 현재 시청률은 12.1%. SBS 인기가요의 시청률은 여기서 10을 뺀 2.1%다.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는 아니다. 케이팝스타는 일반 가요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의 스토리, 심사위원의 평가, 계속 출연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달린 통과와 탈락의 고비가 담겨 있다. 이는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가요 프로그램과 달리 풍부한 이슈와 스토리를 낳는다 "'예능'이 만능이 된 사회"라는 기사 제목처럼 현재 한국 사회에서 예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나온 곡은 차트를 줄 세우고 라디오스타에서 대놓고 '홍보하러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에피소드를 늘어놓은 가수의 콘서트를 매진시킨다. 김태원과 같은 중견 음악가는 자신의 음악이 사장되는 걸 견딜 수 없어 예능을 한다고 얘기한다. 예능에서 만들어진 이슈를 재생산하는 건 인터넷 신문의 연예 기사다. 종이 신문 시대에 연예 기사는 스포츠 신문 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됐다. 제한된 공간에 모든 신문사의 기사가 클릭을 기다리는 시대에 연예 기사는 포털 뉴스의 1/3을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모여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좋은 원천 소스다.

인터넷 신문의 통로는 대부분 모든 뉴스가 모여 있는 포털 서비스다. 뉴스가 보여지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기사를 반복해 보내야 한다. 이 방법은 최근 포털의 정화 정책으로 쉽지 않게 됐다. 대신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있다. 검색어 순위는 이슈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고 '왜 지금 이 검색어가 1위를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걸로 이슈에 관심을 갖게 한다. 답을 얻기 위해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들은 검색 결과 화면에서 주로 상단에 있는 기사를 클릭한다. 기사가 상단에 올라오는 건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에 의해서다. 기사를 상단에 올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이용한 온갖 수가 난무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말미에 달리는 "00 음주운전 적발 으이구", "00 음주운전 적발 왜", "00 음주운전 적발 어이쿠" 같은 으이구, 왜, 어이쿠가 절로 나오는 문구는 해당 검색어가 반복해 실릴수록 검색어와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포털 서비스의 검색어 결과 알고리즘 때문에 달린다.

EXID의 '위아래'는 멤버 하니를 직접 촬영한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 영상은 모바일 기기에서 기기를 세우고 집중해 볼 수 있도록 전체가 아닌 한 명의 무대만 담겨 있었고 여기에는 공중파 방송에서는 금지된 특정한 안무 몇 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곧 '움짤'이라 불리는 GIF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퍼지기도 했다.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춤을 추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모습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여러 장면들까지. 어떤 완성된 콘텐츠가 작은 단위의 흔히 밈(meme)이라 불리는 마이크로 콘텐츠로 재생산돼 퍼지는 건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흔한 일이 됐다.



소셜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숫자로 평가하게 한다. 여러 의미에서 좋은 콘텐츠를 올릴수록 좋아요, 공유, 리트윗 등의 숫자가 늘어난다. 블로그 시대에는 방문자와 댓글이었던 숫자다. 상대의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는 타임라인과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좋아요, 공유, 리트윗 버튼과 이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클릭과 팔로워를 부르는 소셜 네트워크의 알고리즘은 이슈를 만들고 퍼지게 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곡을 선택해 마우스(손가락)을 갖다 대고 클릭(터치)해 음악을 듣는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열었지만 한편으로 음악 듣는 감각을 뉴스를 클릭하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바꾼 건 아닐까? 인터넷 세계에서는 '00 화려한 뒤태'를 보는 것과 잘 보이고 싶은 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다는 표시를 하는 것 그리고 배고픈 심즈를 대신해 냉장고를 뒤지는 것 모두 평등한 선상에서 클릭으로 소비된다. 그렇게 브로의 '그런남자', 엠씨몽의 'Miss me or diss me(내가 그리웠니)'는 클릭됐고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떻게 되었든 좋은 음악을 들을 수만 있으면 그만일지 모른다. 그리고 '시간아 천천히'와 '위아래'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이들의 음악이 좋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음악을 알리는 건 어려운 일이고 지금은 단지 환경이 바뀐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위 모든 문장을 가정형으로 글을 맺는 건 내가 음반을 만들 때 음악을 가장 우선하고 발매한 음반이 온전히 음악으로만 평가되길 바라는 고지식한 음반 제작자이며 음악 마니아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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