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주년 추모행사 1만4000여명 몰려 인산인해
- 고베시 고독사 年 40명..가장 많아 고통 여전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일본에서는 17일 고베(神戶)대지진 20주년을 맞아 각종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고베시 츄오(中央)구 히가시유원지(東遊園地)는 이날 새벽부터 유족 등 1만4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고베시 히가시유원지 추모행사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히가시유원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유족 대표인 메이다 나츠키(銘田奈津紀·26)씨는 추모사를 통해 “내가 지금도 살아있을 수 있는 건 모두 어머니 덕분”이라면서 “앞으로도 어머니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메이다씨는 “지진과 어머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여전히 괴로웠다”면서 그동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입밖에 꺼내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고베대지진 당시 남편을 잃은 나카오 메구미(中尾めぐみ·78)씨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진 이후 힘든 시기를 견뎌내며 오늘날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면서 “오늘은 남편에게 그동안 여러 사람에게 받은 도움을 보고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 행사를 마친 이들은 고베대지진 당시 피난로였던 니시노미야(西宮)시와 고베시 츄오구까지 15km를 걸으며 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했다.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7분에 일어난 고베대지진으로 6434명이 사망하고 주택 25만여채가 붕괴됐다. 일본 정부는 이후 16조엔(약 148조원)을 투입해 지원 활동에 나섰고 현재는 지진 이전 수준까지 인구가 늘어났다.
그러나 지진의 상흔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진 당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임대주택에 사는 주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이 때문에 고베시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가 연간 40명으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