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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랑 조선족신부 깨여진 거울(2)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06.05.13일 10:05
엄마의 장례식을 절 세번 하는것으로 끝낸 선희(28살)편


(청도 연홍)

국제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던 선희가 단 한순간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내려야만 했던것은 장녀라는 책임을 회피할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페암말기를 넘어서고있는 엄마, 이제 곧 고등학교에 들어갈 남동생 그네들 시중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고있는 녀동생,그리고 복은 홀로 오고 화는 쌍으로 온다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으로 겨우 죽을 고비를 넘기신 아빠, 그동안 벌어서 모은 돈과 집 재산 전부를 밑굽빠진 항아리에 물 붓듯 병원에 쏟아 부어넣고나니 남겨진것이란 빚더미 문서뿐인것을 그냥 보고있을수만 없었던 선희였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있는 선희는 한국에서 하루 빨리 일하겠다는 조건만을 걸것이니 한국 남자를 소개시켜달라고 막내고모를 닥달질해서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어떤 한국남자를 만나게 되였다. 선희는 그 남자가 자기보다 12살이나 더 많았지만 그래도 만나보겠다고 자진해나섰다.


처음 만난 그 남자는 곤색양복에 흰와이샤츠를 입고 있었고 버젓이 자주색에 약간의 검은색 무늬가 간 넥타이를 맸지만 얼굴은 반달곰같았고 몸집은 펭귄새같은 스타일이였다.눈은 실눈처럼 작았고 징글맞은 늑대같다는 인상이였지만 선희에게는 오로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생각뿐이였다. (한국에서는 장가갈수가 없으니 여기까지 왔겠지.난 일만 할수 있으면 되는거야.)이런 생각에 선희는 무작정 동의했다.한국에 가면 일하겠다는 제안에 그 남자가 선선히 동의하자 선희는 그 이튿날 바로 함께 서둘러 1차 서류작성을 시작했다. 그 남자가 한국으로 귀국하고난 뒤 엄마는 또 다시 병원에 입원했지만 그 남자는 《그래,엄마는 좀 호전되는가?》하는 문안 한마디 없었다.그래도 불만 한마디 없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출구를 빠져나와보니 그 남자는 한 여름이라 찌는듯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올 때 입고왔던 긴팔 와이샤츠에 거무칙칙한 곤색양복을 입고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은채로 시커먼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다른 남자들은 그래도 장미꽃 한송이라도 손에 들고 나온다는데 선희의 남자는 멀쩡하게 팔을 량쪽으로 틀고 서서 선희를 기다리고있었다.


아름답고 착한 선희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한국신랑 병이였다.뒤늦게야 선희를 알아본 그 남자가 《자기야!》 하면서 선희의 곁에 다가섰다.그러자 그 남자에게서 땀냄새가 왈칵 선희의 코를 찔렀다.선희는 한걸음 뒤떨어져서 걸었다.눈을 내리 깔고 걷다보니 그 남자가 신은 구두의 뒤굽이 보였다. 다 닳아떨어진…


점심때가 다 넘어섰는데도 병은 배고플텐데 점심먹으러 가자는 그 어떤 말도 없었다. 지어 한국에 도착했으니 중국에 전화하라는 말조차, 휴대폰을 빌려줄 념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선희 역시 그런 말을 할수가 없었다.앓는 엄마에게 《엄마, 저 래일 한국에 감다.건강하쇼.》그런 말은 하지도 못하고 혼자서 말없이 모든 짐을 거두어 안고 연길공항을 빠져나왔으니…


그 남자를 따라서 간 곳은 서류에 적힌 경북 봉화군xx 면 xx 리의 다 허물어져가는 초가집,화장실도 옛날 우리가 시골에서 쓰던 그런 곳이였다.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별장같은 집은 아니더라도 깨끗할줄 알았던 곳에서 선희는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국에서 선희가 있던 집보다 더 못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허구픈 생각을 했다. 중국에 올 때마다 《우리 집에 자가용이 있어. 컴퓨터도 있구.》 하던 말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였다.


그래도 선희는 자신이 걸었던 조건대로 일만 할수 있다면 모든것은 참아낼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병원비, 동생의 학비를 벌어서 보내주는 동안이면 어쩌면 그 남자와의 정도 깊어갈거라는…


그렇다고 온지 며칠도 안되여서 일 나가겠다고 하는건 무리인듯 싶어서 한달이 좀 지나서 선희는 읍에 나가서 일 하겠다고 했다. 《나 이제부터 일 시작해야겠어요. 아빠도 퇴직했고 동생도 공부해야 하고 엄마가 앓으니 돈이 나올곳이 없잖아요?》


하지만 선희가 들어야 하는 대답이란 《일은 무슨 일이야,조선족은 혼자 밖에 쏘다니면 안돼.》하는것이였다.그 말은 너네집 식구들은 다 굶어죽어도 난 상관없어 하는 말과 다를것이 없었다. 한달이 넘도록 용돈을 보낼수 없다는건 한달에 약값만으로도 인민페 3000원씩 들어가는 집에서 숨이 막히는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집에서 앓고있는 엄마가 걱정이 되였고 동생학비도 걱정이 되였지만 선희는 움직일수 없는 몸이 되고 만것이였다.


먼지보다는 흙이 한줌씩 묻어있는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들어와서 밥을 먹는 남자, 먼지가 가득 묻은 그 옷에 쓰 윽 숟가락과 저가락을 닦아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남자를 보면서 선희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 생활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치고있었다. 주방에 들어가면 쥐가 여기 저기서 쑥-쑥 달아다녀서 와들짝 놀라기도 하는가 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애간장을 태우던 선희가 마음도 비울겸 몇발자국도 안되는 동네마실을 다니다가 그것마저 얼마 안되여 정지당했다.


80세나는 시어머님은 못마땅해서 《새가야,너 빈네 집에두 가지 말래잉.》했고 병은 《너 빈네 집에 나가 내 흉보지? 그치? 이래봐도 나도 사업하다 망한 놈이야.》했다. 그래도 선희는 자신의 엄마가 늙으면 저렇게 되지 않으랴 중국에 두고 온 엄마를 생각하면서 돈이 생기면 옷도 사드리고 사탕이랑 호떡이랑 사드리군 했다.지어 겨울에 자신은 입을 옷이 없으면서도 시어머님한테는 털실을 사서 조끼를 떠드리기도 했지만 선희가 겨울옷이 없다고 옷 사입겠다고 했을 때 병은 《돈 없어》였다.


어느날엔가는 병이 아주 취해서 들어왔다. 그가 들어온 것은 새벽녘이라 깜빡 잠이 든 때였다.하지만 중국에 있을 때는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태연한듯 하던 그의 본성이 서서히 드러났다. 잠간이나마 달콤하게 자고있는 선희를 마구 흔들어 깨우더니 《씨팔년, 남편이 아직 안 들어왔는데 자? 나이 먹고 장가를 가니 그렇게 우습게 보여?》 하며 이런 저런 혀꼬부라진 소리를 해대더니 선희의 옷을 찢어버릴듯이 와락와락 거칠게 벗기고는 여기 저기 물듯이 핧기 시작했다. 선희가 아파서 《아악 》하는 소리에 음욕이 더 부풀어 오르는지 병은 더욱 악의적으로 오싹오싹 여기저기 깨물기도 했다. 《너 그렇게 소리를 쳐봐도 소용없어. 여기는 한국이란 말이야.》 나중엔 아프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서 흑흑 흐느끼며 우는 선희를 보면서 병이 《좋지?》 하고 연신 지껄여대는 그런 그의 모습에 선희는 와들와들 떨고있었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렸고 달아날수조차 없었던 선희는 드디여 몸살로 앓아눕게 되였다.밥을 약간만 먹어도 구토를 하고 먹는 음식이란 밥 몇숟가락뿐인데도 하루종일 설사에 시달리다보니 워낙 약한 몸은 아예 고장이 나버렸던것이다. 그날 아침은 정말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그래도 간신히 아침밥을 지어 밥상 차려놓고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어 잠간 자리에 누워있는다는것이 좀처럼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하다보니 설겆이는 병이 했다. 헌데 도움이 아니라 더 사달이였다. 저녁 술을 과다하게 마시고 들어온 병은 《내가 왜 설겆이까지 해야 해.당장 술상 차려와.녀자가 집에 있다는게 남편이 들어왔는데 술상도 안 차려줘.》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선희는 그 순간 가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망칠 마음이 간절하게 부풀어 올랐지만 차마 도망을 가지 못하는 리유가 있었다.앓는 엄마가 《선희가 가출했다오.》하는 말에 쓰러질가봐 두려웠다.


아빠가 한국에 나오게 될 무렵 온통 탈출의 계획으로 물들어졌던 선희는 아빠가 한국에 나오시고 얼마 안되여서 집에서 비보를 받았다. 엄마가 오늘 밤을 넘길것 같지 못하다는…


그때는 병과의 결혼식을 일주일을 앞두고있었다. 돈이 없다는 핑게로 례물이나 다이아몬드는커녕 속벌이나 악세사리, 반지 하나 준비없는 결혼식이였다. 결혼식을 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있었다. 엄마 생전에 얼굴만 보고 올수 있다면 자신은 편하게 결혼식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란 《엄마가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뭐하러 중국에 들어가. 엄마가 돌아가신것도 아닌데 울긴 왜 울어?》이것이 전부였다. 그 말 한마디에 선희는 너무 서러워 두문불출하고 방에서 울기만 했다.아무런 생각도, 방법도 나지 않았지만 밥상을 차리고 설겆이를 하는건 선희의 임무였다. 밥상을 차려놓고 숟가락을 들었다가도 눈물이 나서 밥을 먹지 못하고 방에 들어가면 《왜 밥 안먹어?》 고작 이런 소리였다. 그러면서도 자기네들끼리 밥을 다 먹고나면 방문을 배시시 열고 《밥 다 먹었어.설겆이 안 해?》였다.선희는 마음놓고 푹 울수 있는 공간마저 없었다. 선희는 설겆이를 하러 주방에 들어가면 설겆이를 하다가도 주방에서 눈물이 흐르고 했지만 누구하나 선희를 아랑곳 하지 않았다.그리고도 성관계를 발생하자고 달려드는 병을 도무지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근데 《시집에 왔으면 시집 뜻에 따라서 자기 부모가 죽는것쯤은 감수해야지.이게 뭐야.결혼식이고 뭐고 다 때려부셔》하면서 병이 집에 있는 물건들을 마구 뿌리며 또 야단이였다.


그제서야 정신이 바짝 든 선희는 우선 친구들한테서 돈을 꿔서 아빠를 먼저 중국으로 보냈다. 선희의 아빠가 딸의 결혼식 이틀 앞두고 중국에 들어갈 때도 병은 선희의 아빠한테 200만원도 아니고 한국돈 20만 3000원을 지갑에 넣어주었다.아빠가 한국에 왔을 때도 선희는 아빠에게 용돈조차 드릴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나절로 돈을 벌어야 해. 뛰쳐나가서라도 돈을 벌어야 해.)


리혼하기 위하여 한국 법률사무소를 찾아다녔다. 다행이도 리혼서류는 혼자서도 할수 있었다.리혼서류가 끝난 일주일 뒤 선희는 그 남자에게 리혼하자는 서류를 보냈다.


《씨팔년, 사기군, 너 더 이상 한국에 살수 있나보자.리혼은 무슨 리혼이야, 가출이지. 리혼하겠다구, 어림도 없어. 중국에 찾아갈거야.》《우리 엄마가 니가 리혼하자고 하는것땜에 쓰러졌으니 나 너한테 두고두고 복수할거야.》


그러나 선희는 무서운게 없었다. 다만 불법 아닌 불법이 되여버린 선희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어도 그 《가출신고》라는 이름 하나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물 한사발에 술 한잔 올리고 먼 북쪽에 대고 절을 세번 하는것으로 끝났을뿐이였다.그것은 선희에게 평생 눈을 감아서도 잊을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게 되였다. 눈앞에는 자기처럼 고중입시 시험에 합격이 되여도 돈 없어서 가지 못할 동생의 얼굴이 선했고 또 빚을 다 갚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하루 12시간 강철처럼 일만을 열심히 하고있다.

편집/기자: [ 길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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