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춘제(春節·음력설)는 중국 최대 명절로 연휴도 긴 편이지만, 집에 내려가 봤자 가족들로부터 결혼 언제 하느냐는 재촉만 받다 오느라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설 연휴 때 고향을 찾았지만, 올해는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가친척이 너무 많다 보니 머무르는 내내 친척댁만 방문하고 오다가 정작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광둥성 포산시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 근무하는 28세 남성 장후이리(張會利) 씨는 이번 설 연휴 때 당직 근무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허난성의 안양이 고향인 그는 내려갈 때마다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아예 안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5년째인 그는 가족들에게는 ‘노총각’이라고 불리고 있다면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 괴롭다고 토로했다.
중국 쓰촨성 이빈시가 고향인 한 광고업체 직원 자오솽(曹雙·33 남) 씨도 올해 고향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것도 먼 길이지만, 이빈 시에 대부분 친척이 살고 있어 일주일 내내 친척댁을 방문하다가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자오 씨는 “예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해 친척들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매우 불쾌해한다”며 “정월 초하루부터 엿새 동안 각기 다른 집에서 지내야 하며 오히려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없고, 연휴가 끝나면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태어난 아이를 핑계 대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음력설인 춘제로 고향을 찾는 ‘민족대이동’이 시작됐지만, 일부 젊은 세대들은 고향 가기를 꺼리며 홀로 명절을 맞이하는 이른바 ‘쿵구이족(恐歸族·귀성을 두려워하는 부류)’이 늘고 있다. 중국 민정부 중국사회공작협회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6개 대도시에 사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춘제 연휴 귀성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고민 중’이라고 답한 것. 이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기차표 등 차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장거리 이동도 피곤하다. 게다가 결혼 압박이나 세뱃돈과 선물 등을 위한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는 점이 고향을 외면하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쿵구이족의 확산을 전통적 가치관과 신세대 가치관의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가족을 중요시하는 부모 세대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신세대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 리공대학 교수는 “춘제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이 중국의 전통이지만, 지나치게 거품이 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허례허식을 줄이고 세대 간의 갈등을 줄여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처: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