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피살된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를 추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1일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는 등 러시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넴초프의 사망을 계기로 결집된 시민들의 추모 열기가 3일 넴초프의 장례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로 옮겨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지지 여론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야권 역시 분열돼 있는 상황이어서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중부 니즈니노보고로드 등에서 넴초프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집회가 일제히 열렸다고 AP, AFP 등이 보도했다. 이날 오후 모스크바 시내 키타이고로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들은 넴초프의 사진과 러시아 국기, 꽃 등을 든 채 넴초프가 사망한 크렘린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나는 보리스다’ ‘나는 두렵지 않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한 시민들은 대부분 침묵으로 넴초프를 기렸지만 일부는 푸틴의 정적이었던 넴초프의 사망은 정치적 살인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AFP에 따르면 주최 측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7만여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2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경찰 추산 약 6000명이 참여한 추모집회가 열렸으며 넴초프가 1990년대 주지사로 일했던 중부도시 니즈니노보고로드와 시베리아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도 시민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편 월가 관계자들은 넴초프 피살로 러시아 정정이 불안해지기는 했지만 러시아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러시아 자산 투매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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