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탄핵’이라고 적힌 거대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펼치며 지우마 호세프 정권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브라질에서는 전국적으로 240여 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AP 연합뉴스
경기침체 · 부패 스캔들 겹쳐
240곳 거리행진… 올 세번째
브라질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16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지난 11일 신용등급이 기존 ‘Baa2’에서 ‘Baa3’로, 투기등급(Ba1) 직전 단계까지 떨어지는 등 브라질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치솟고 있음을 보여준다.
16일 AP통신, 브라질 일간지 폴라데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수도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등 240여 개 도시에서 자유브라질운동(MBL) 등 사회단체가 주도한 이번 시위에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등 야당들이 합류,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브라질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3월 15일에는 150여 개 도시, 4월 12일에는 400여 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대형 브라질 국기를 앞세운 시위대는 ‘아웃 지우마!’ ‘지금 바로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의 손에는 부정부패 척결, 정치 개혁, 노동자당(PT) 퇴진 등 브라질 좌파 정권을 겨냥한 내용이 담긴 팻말이 들렸다. AP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지난 1964년 쿠데타 이후 20년 넘게 집권한) 군부 독재정권으로 돌아가자’며 극우적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함께했다.
이날 시위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브라질 경제와 호세프 정권의 부정부패 스캔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원자재 가격 폭락에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까지 더해진 브라질에서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통화(헤알화) 가치 급락, 물가 급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권 PT당이 연루된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의혹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달 초 여론조사업체 다탸폴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71%로, ‘긍정적’(8%)이거나 ‘보통’(20%)이라는 답변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는 66%가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28%에 불과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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