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5학년이라면 독서 습관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중요한 시기는 두 번 있습니다. 우선 초등학교 입학 전입니다. 유아기에 부모가 책을 많이 읽어주고 책 읽기가 즐거운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도와주면 아이는 독서를 여가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 시기에 독서에 친숙해진 아이들은 굳이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집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가 '여가 생활'이어야지 공부 또는 의무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책 육아'가 유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읽힐 책 목록을 정하고 진도 나가듯 경쟁하며 책을 읽게 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책 육아'의 잘못된 방식이죠. 억지로 읽게 해도 독서능력은 자라겠지만 책에 대한 호감은 갖지 못합니다. 책 읽기를 스스로 즐기지 않는 아이들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책을 보지 않게 됩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의 운명이 원래 그런 법이죠. 아이 스스로 독서를 일종의 즐거운 놀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여가 활동이라고 생각할 때 사춘기 이후에도 꾸준히 책 읽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책 읽기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두 번째로 중요한 시기는 아이들의 사고가 풍부해지는 초등학교 3,4학년입니다. 여자아이들은 대체로 인지 발달이 조금 빠르기 때문에 3학년, 남자아이들은 4학년인 경우가 많은데, 이 무렵의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도서들을 보면 이전 시기에 비해 내용이 좀 어려워지고 호흡도 길어집니다. 그래서 그 전까지 책을 잘 읽던 아이들도 이맘때부터 책을 멀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 호흡을 갖고 이야기 줄기를 따라가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버거워지는 거죠.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쩍 만화책이나 흥미 위주의 책을 찾곤 합니다. 어느 부분을 골라 읽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호흡이 짧은 책들이죠. 단거리만 뛰다가 장거리를 뛰려면 힘이 들듯 일시적으로 버거워하는 것이니 부모가 함께 책을 읽으며 책 읽기를 거들어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분량이 제법 긴 책도 읽어낼 수 있게 되고, 책에 재미를 붙여 본격적으로 책을 가까이하게 됩니다.
아이가 독서를 싫어하도록 만드는 부모의 태도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강요하는 책 읽기입니다. 부모가 "누구는 책을 몇 천 권 읽었다더라" 하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들, 특히 독서능력이 좀 떨어지는 아이들은 책에 반감을 갖게 됩니다. 심해지면 책만 생각해도 짜증이 나는 지경에 이르지요. 독서의 즐거움은 아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읽지 않으려는 종류의 책을 자꾸 권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보기에 아무리 중요하다 싶은 책이라도 아이가 그 분야에는 흥미가 없을 경우 자꾸 들이밀면 책 읽기 자체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상당수 부모들은 전집을 들여놓고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기를 강요합니다.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아냐며 한 권도 빼놓지 말고 다 읽으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 강요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즐거운 활동이 아닌 지루한 의무처럼 느끼게 해 결과적으로 책을 멀리하게 만들 뿐입니다.
독서를 싫어지게 하는 부모의 세 번째 태도는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늘 드라마를 보거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면서 아이에게는 책 좀 읽으라고 야단친다면 아이들은 내심 '재미있는 건 엄마 혼자 다 하려 한다'는 불만을 갖게 됩니다. '내가 힘이 좀 더 생기면 나도 책 안 읽고 휴대폰을 갖고 놀아야지' 하는 마음을 품게 되죠. 결국 독서는 억지로 하는 일이 되어 관심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는 놓쳤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힘은 더 들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됩니다. 부모님께서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취향에 맞는 책을 매개로 아이가 부담 없이 독서에 접근하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만들기를 좋아한다니 만들기에 대한 책부터 시작해서 만들기 솜씨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책,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에 관한 책 등으로 반경을 넓혀가는 거지요. 인물과 관련한 책은 너무 위대한 인물 말고 현실적이고 친근한 인물의 에세이나 자서전 등을 먼저 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부모가 바쁘고 힘들더라도 아이와 함께 책을 보기를 권합니다. 꼭 나란히 앉아 읽지 않더라도 부모도 아이가 읽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책에서 특별히 재미있었던 부분, '빵 터졌던' 부분 등을 함께 이야기해보세요. 이렇게 함께하다 보면 아이가 틀림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부모와 뭔가를 공유하는 것에 흥미를 느낄 겁니다. 일단 책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없애고 활자와 읽는 행위에 익숙하도록 만들면 아이의 독서 확장은 한층 수월해질 것입니다.
편집:심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