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27일 南美 순방서 돌아온 후 수리할 듯
'成 리스트' 관련 與圈내 자진 사퇴론 확산에 결심
최경환 부총리가 총리 대신해 오늘 국무회의 주재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취임 63일 만에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낙마하게 됐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 총리가 고심 끝에 페루에 있는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며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한 이후 이 총리 사의를 최종 수용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이완구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총리 자진 사퇴 불가피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전 서울63빌딩에서 열린 '제 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완구 총리가 입술을 다문 채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이완구 결국… - 20일 오전 서울63빌딩에서 열린 '제 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완구 총리가 입술을 다문 채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의혹 관련자들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호 기자
이에 따라 이날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후 귀국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 총리의 업무를 당분간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이 총리 주재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무회의도 최 부총리가 주재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이 총리의 조기 사의 표명을 통해 사퇴의 정치적 효과는 보면서 국정 공백은 최소화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 총리가 사의 표명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는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총리실의 발표대로만 일단 보도해달라"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해온 이 총리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것은 새누리당에서 '자진 사퇴론'이 급부상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4·29 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말 바꾸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에선 '성완종 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해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자진 사퇴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하는 문제를 두고 당 최고위원들 간의 비공개 논의가 오늘 있었다"며 "대통령의 귀국 전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 순방 기간 중에는 검찰 수사와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본 뒤 박 대통령 귀국 이후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총리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연일 제기되는 등 여론이 더 나빠지고 있어 이번 주 내에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지도부에까지 확산됐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