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명 탄 中여객선 침몰]
초속 35m 강풍·폭우 겹쳐 손쓸틈 없이 순식간에 전복
해군 잠수병 140여명 동원, 선체에 갇힌 승객 구조 총력
침몰한 대형 여객선 둥팡즈싱호. /충칭시보
승객 406명과 선원 47명, 여행사 직원 5명 등 458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동방의 별)'은 1일 밤비가 내리는 양쯔강 중류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탑승객 중에는 상하이(上海)·장쑤(江蘇)성이 고향인 50~80대가 많았다. '시양훙(夕陽紅)'이라는 노인 단체 관광단 소속으로, 자식들이 보내준 '효도 관광'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중국신문망이 2일 전했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 등에서 양쯔강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꿈 같던 여행이 지옥으로 변하는 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새벽 "여객선 '둥팡즈싱'이 1일 밤 9시 28분(현지 시각)쯤 후베이성 젠리현 인근에서 침몰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사고 지점의 수심은 15m다. 이 매체는 사고 직후 헤엄쳐 육지로 나온 선장과 기관장의 말을 인용해 "배가 돌풍(회오리바람)에 휘말려 1~2분 만에 전복됐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라 구조 신호를 보낼 틈도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초속 35m의 강풍이 불었다. 탈출한 선원들은 공안(경찰)에 불려가 사고 경위를 조사받고 있다. 이들은 배수량 2200t, 길이 76.5m, 폭 11m인 대형 여객선이 돌풍이란 불가항력의 변수를 만나 전복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2일 저녁까지 구조자와 사망·실종자의 공식적 숫자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강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는 밤에 배가 뒤집힌 데다, 탑승객 상당수가 50~80대여서 사망·실종자가 수백명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최고령자는 83세, 가장 어린 승객은 3세다.
구명조끼에 매달려 10시간 넘게 표류하다 뭍에 도착한 생존자는 신화통신에 "구명조끼를 집을 수 있는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며 "배가 가라앉는 동안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붙잡으며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번개와 함께 폭우가 배의 오른쪽을 때렸다"며 "배는 금세 한쪽으로 쏠려 45도나 기울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10여명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5분 뒤에는 3~4명의 목소리만 들렸고 이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박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한 탑승객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행을 보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통곡했다고 신민만보(新民晩報)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이번 참사가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중 최악"이라고 밝혔다.
사고 선박은 배 바닥만 물 위에 드러낸 채 뒤집혀 선체는 거의 잠긴 상태다. 구조대는 배 밑바닥을 망치로 두드리며 생존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지 형초망(荊楚網)은 "배 중간과 끝 부분에서 생존자 3명의 반응이 있었다"며 "한 여성은 휴대전화로 구조대와 통화도 했다"고 전했다. 구조대는 배 바닥의 절개를 시도하는 동시에 해군 잠수병 140여명과 민간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에 갇힌 승객 구조에 나섰다. 사고 지점 상류인 싼샤(三峽)댐도 방류량을 대폭 줄여 구조 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구조 전망은 밝지 않다. 2일 밤 현재 생존자는 15명에 불과하다. 사고 발생 24시간이 되도록 확인된 생존·사망자는 20여명 남짓이다. 신화통신은 "430명 이상의 생사가 불명(不明)"이라고 전했다. 탑승객 상당수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탑승객 가족들은 인터넷에 가족사진 등을 올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양쯔강은
강폭이 넓기로 유명하다. 하류인 상하이 일대에 이르면 폭이 17㎞에 달한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침몰 사고가 난 후베이(湖北)성 일대는 중류지만 강폭이 4~5㎞에 이른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이 벌어진 곳이 후베이성이다. 당시 위나라와 오·촉나라는 양쯔강에서 대규모 해전(海戰)을 치렀다. 강폭이 넓다 보니 돌풍 등 이상 기상도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중·상류 지역에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三峽)댐이 이상 기상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까지 있다. 양쯔강은 세계에서 셋째(6300㎞)로 길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ahnyh@chosun.com] [오윤희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