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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열감지카메라 없애려 했다

[기타] | 발행시간: 2015.06.29일 15:37
[한겨레21] 메르스 사태 직전 열린 질병관리본부 자문회의에서 ‘검역 선진화 방향’ 논의… 김우주 ‘메르스 특보’도 참석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 정부가 공항에 설치된 열감지카메라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공항과 항만에 설치된 열감지카메라는 체온 38도 이상인 입국자를 발견해, 국내로 전염병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내는 1차 관문이다. 그런데 정부 스스로 방역망 1차 둑을 무너뜨리려 한 셈이다.

열감지카메라 대신 일부만 체온 측정?



지난 6월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열감지카메라가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체온으로 신종 감염병 유입을 막는 열감지카메라는 검역의 1차 관문이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지난 5월8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내과·예방의학과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회의를 열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당시 회의 자료를 보면,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가 ‘국가 검역 기능 선진화 방향’이었다. 정부는 열감지카메라를 이용한 입국자 전원 24시간 발열 감시 대신, 평상시 ‘감염병 의심 환자’를 집중적으로 체온 측정하는 방식으로 검역 체계를 개선하는 안을 내놨다. 검역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이 평상시 발열 감시를 하지 않고,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유입이 우려될 경우에만 유행 국가 입국자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에게 열이 나는지 등을 적도록 한 ‘건강상태질문서’도 세관신고서 앞에서만 받자고 정부는 제안했다.

이 회의가 열리기 불과 나흘 전인 5월4일, 국내 메르스 첫 번째 확진자 A씨가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카타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메르스 오염 지역이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열과 기침 등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공항 검역대를 유유히 통과했다. 신종 감염병 유입에 국내 검역망은 무력했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유입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시스템을 더 무력하게 만드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에는 국무총리 ‘메르스특보’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참석했다. 김 특보는 민간전문가로서 메르스 방역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에볼라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우려되던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공항에 설치된 발열감지기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열감지카메라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진 않다. 그러나 공항에서 발열 검사를 하거나 건강상태질문서를 체크한다는 것만으로 입국자들에게 ‘경계심’을 준다는 측면도 있다. 검역 관련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면 시스템 개선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지, 기존 체계를 없애려고 하면 안 된다.” 한 예방의학 전문가의 지적이다.

사실 국내 검역관리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검역 인력(정규직)은 2006년 278명에서 10년 새 고작 30명(2015년 5월 현재 308명)이 늘었다. 반면 입국자는 2005년 1627만 명에서 2014년 3061만 명으로 갑절이 늘었다. 입국자가 늘어나면 해외 유입 감염병 발생률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열감지카메라를 반드시 없애려던 것은 아니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해본 것뿐”이라고 밝혔다.

입국자 느는데, 검역 인력·예산은 제자리

공항·항만 등의 국립검역소가 보유한 열감지카메라는 83대다. 15억원어치 규모다. 연간 검역관리 예산은 54억7800만원(2015년)으로, 7년 전보다 겨우 1억원이 늘었다. 열감지카메라 83대 가운데 사용기한 8년을 넘긴 카메라가 13대에 이른다. 최근 한 장의 사진이 누리꾼들한테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국-세네갈 정상회담이 열린 6월4일 청와대 본관 입구에 설치된 열감지카메라 사진이었다. 그날은 하필 박근혜 대통령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열감지기를 전역에 설치하고 싶어도 돈이 문제”라고 말한 다음날이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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