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로드니 씨가 환각제를 복용한 후 학교 발코니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진 아들에게 키스하고 있다.

마약 때문에 아들을 잃은 호주의 50대 아버지가 문제의 마약을 제조한 제조업자를 찾아 중국까지 잠입 취재해 마약 제조 과정과 유통을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다.

베이징 지역신문 신징바오(新京报)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호주방송국 제9채널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60분'은 '중국에 간 스파이'라는 제목으로 마약 때문에 아들을 잃은 50세 로드니(Rodney) 씨가 구매자를 가장해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시(合肥市)의 환각제 제조상과 접촉한 후, 마약 제조 및 판매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폭로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호주 네티즌들은 로드니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냈으며 중국에서도 반향이 일었다.

로드니 씨는 신징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 간 스파이'를 촬영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밝혔다.

지난 2013년 2월, 로드니 씨의 아들은 학교 파티에서 동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환각제 ‘25I-NBOMe’를 흡입하게 됐다. 흡입 후, 그는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졌고 학교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아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로드니 씨는 "처음에는 이같은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아내와 딸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들이 누군가를 해친 적도 없는데 왜 죽어야 했는가?'를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물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 로드니 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청소년들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민단체 ‘사이드이펙트(Side effect·부작용)’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호주 경찰로부터 아들이 복용한 환각제가 중국에서 생산됐음을 알게 됐고 환각제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끝에 허페이의 환각제 제조상과 접촉해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 로드니 씨는 환각제 제조 및 판매 과정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고 아들의 죽음을 취재했던 '60분' 제작진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 동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8월초 관광객으로 위장해 허페이에 입국했고 마침내 제조상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로드니 씨는 "취재하면서 만난 환각제 제조업자나 판매상들은 모두 20대 젊은이들이었다"며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취재 후 로드니 씨는 현지 경찰에 ‘25I-NBOMe’ 마약 조직에 대해 제보했지만 현지 경찰은 "이런 화학약품들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거래 기록 등을 체크하는 등 다른 불법 증거들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니 씨는 "이번 취재의 목적은 연구라는 명목으로 환각제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폭로하는 것이었다”며 “중국 정부가 개입해 이들 약품의 생산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바오 강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