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살인사건이 일어난 서울 노원구의 한 가정집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2015.9.24/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휴가군인 살해혐의 남성 "생명 위협 느꼈다"
정당방위 가능성 높아…빠르면 다음주 결론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의 집에 침입한 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가구주택에 휴가를 나온 장모(20) 상병이 침입해 자고 있던 박모(33·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장 상병은 박씨와 함께 살던 양모(36)씨와 다투다 흉기에 찔려 숨졌고, 양씨는 장 상병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양씨는 박씨와 오는 11월 결혼을 앞뒀고 장 상병은 지난달 22일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복무 중 9박10일간의 정기휴가를 나온 상태였다
양씨의 집에 침입했다 숨진 장 상병은 전날 인근 대학 축제에 놀러갔다가 소주 3병 가량을 마셔 만취 상태로 양씨의 집에 침입했다.
사건 당일 양씨는 박씨와 각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중이었고 장 상병은 자고 있던 박씨를 먼저 흉기로 살해한 뒤 양씨와 격투 끝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 노원경찰서는 장 상병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당방위는 자기나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뜻한다. 정당방위는 위법성 조각사유기 때문에 인정되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 ▲자기나 타인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방위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비슷한 예로 2012년 전주에서 한 남성 A씨가 자신의 원룸 창문으로 들어오려던 괴한의 둔기를 빼앗아 내리쳐 식물인간으로 만든 사건이 있다.
당시 전주지법에서는 A씨의 과잉방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방위행위가 도를 지나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양씨는 갑자기 침입한 괴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므로 정당방위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형법 21조에는 '야간이나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나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밤중에 집에 들어와 칼을 들고 위협하는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살인죄로 처벌해야 할 사법적 실익이 없다"며 "양씨의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할만한 확정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비명소리를 듣거나 집 밖으로 피흘리며 나온 양씨를 목격한 주민들은 많지만 집 안에 있던 사람은 양씨를 제외하곤 모두 숨졌다. 집 안에 폐쇄회로(CC)TV가 따로 설치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황과 각종 증거들을 토대로 양씨의 정당방위 여부를 유추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비공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양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해 "장 상병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느꼈다"는 양씨의 진술에 큰 모순점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기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상 양씨가 장 상병을 살해할 의사로 공격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정당방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박씨와 장 상병의 시신, 범행에 사용된 흉기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정확한 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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