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의 ‘新카스트제도’… 멍드는 ‘다문화 童心’
순수 다문화 - 부모 한쪽만 한국인 - 순수 한국인
“주로 한국인은 한국인끼리 중국인은 중국인끼리 어울려요. 엄마나 아빠 한쪽만 외국인인 친구들은 또 그런 친구들끼리 노는 편이고요.”
2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A 초교 앞에서 하굣길에 기자와 만난 6학년 남모(12) 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어울려 놀며 한국인이라고 믿었던 친구가 있는데, 부모님이 학교에 왔을 때 말투가 중국인이어서 거리감이 생긴 적이 있다”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중국 친구들은 특이한 냄새도 나고 외국어로 된 욕도 많이 해서 주로 한국인끼리만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학교가 있는 대림동에는 무려 2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약 90%가 조선족과 한족(漢族)이다. 이로 인해 A 초교 1학년 신입생의 76%가 다문화가정이다.
실제 부모 중 한쪽만 외국인인 경우나 부모가 오래전 귀화한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다문화가정 비율이 90%에 달할 것이라고 이 학교 교사들은 추정했다. 25명 학급에 부모 모두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은 2~3명 정도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순수한국인’(부모 모두 한국인)과 ‘숨은다문화’(부모 중 한쪽만 한국인), ‘순수다문화’(부모 모두 외국인) 가정으로 구분 지어 마치 인도의 신분제 ‘카스트’처럼 차별하는 문화가 싹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학교 5학년 학생 김모(11) 양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1~2학년 때는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잘 어울려 놀았는데, 고학년이 되면서 특히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들이 서로를 분류해 차별하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부모님의 학교 방문 날은 아이들끼리 서로 출신을 확인하는 날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사이 차별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도 많은 실정이다. 중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는 A 초교 한 학생은 “3학년 때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어가 서툴렀던 중학생이 편입해 온 적이 있었는데, 남자애들이 그 오빠에게 반말하고 괴롭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구로구 B 초교에 다니는 이모(10) 군도 “놀이터에서 노는데 다른 반 친구들이 다른 곳에 나가서 놀라고 했다”며 “내가 중국인이라 그런 것 같다”며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B초교 관계자는 “하굣길 중국인 부모들은 교문 뒤에 조용히 있다가 아이들을 데려가거나 학교에 오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출처: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