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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100년 전에 그린 ‘응답하라 2000년’

[기타] | 발행시간: 2015.12.04일 16:00

[한겨레] 프랑스 미술가들 그림카드·우편엽서로 제작

자동화·공중 생활 등 바탕 다양한 일상 묘사

얼마 전 미국에선 26년 전에 나왔던 SF영화 <백 투 더 퓨처 2>가 다시 한번 큰 화젯거리가 됐다. 1985년을 시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 미래 시점이 바로 2015년 10월21일이었기 때문이다.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그날을 맞아 영화 속의 2015년과 현실의 2015년을 비교하며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분석하기에 바빴다. 불과 30년이란 세월이지만 영화 제작진이 그린 2015년은 현실과 다른 모습이 많았다. 예컨대 영화 전편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호버보드 같은 것들은 너무 앞서나간 상상이었다. 반면 거리의 공중전화 부스 등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100년 후인 지금의 세상을 어떻게 상상했을까? 문학예술 전문 온라인 매체인 <퍼블릭 도메인 리뷰>(The Public Domain Review)가 이를 보여주는 그림들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리뷰>가 공개한 그림들은 19세말에서 20세기 초반 장마르크 코테를 비롯한 프랑스 미술가들이 서기 2000년의 세상을 상상해 묘사한 것들이다. 이 그림들은 애초 담뱃갑에 넣는 그림카드로 제작됐으나 나중에는 우편엽서로도 제작됐다고 한다. 구체적인 제작 연도는 1899, 1900, 1901, 1910년이다.

 그림에 표현된 미래 모습은 사실 과학적인 예측을 토대로 한 것은 아니다. 당시 미술가들이 접한 기술 수준을 토대로, 거기에 나름의 상상력을 보탠 정도이다. 어떤 것들은 단순한 공상의 결과로 보이고, 어떤 것들은 장난끼가 엿보이기도 한다. 당시 이들이 그린 그림은 최소 8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림의 첫번째 시리즈는 1900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선보였다. 그러나 박람회의 재정 문제로 인해 널리 배포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많은 세월이 지난 뒤 공상과학 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우연히 이를 보고, 1986년 자신의 저작 <미래의 날들: 19세기에 내다본 2000년>에 이 그림들을 게재하면서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됐다고 <리뷰>는 전했다.

 그림에서 묘사되는 2000년 세상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이 생활의 모든 국면에서 자동화 기계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농사 같은 생산활동은 물론이고 이발 같은 서비스 활동에서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한다. 들판에선 기계가 알아서 수확을 하고, 농가에선 기계에 달걀을 집어넣으면 병아리가 되어 나온다. 집안에선 기계가 알아서 바닥 청소를 한다. 가정부는 줄을 잡고 청소기계를 끌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양복점에선 기계가 치수를 재고 적절한 옷감을 고른 뒤 즉석에서 양복을 만들어 낸다. 오페라극장에선 악기들이 연주자 없이 스스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 지휘자는 지휘봉 대신 기계조작 키를 쥔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많은 활동들이 공중에서 이뤄진다는 상상이다. 택시 같은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소방관도 공중에서 불을 끄고 우편부도 공중에서 배달을 한다. 이메일의 출현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당시로선 우체부가 비행날개를 타고 공중에서 배달하는 장면을 가장 빠른 배달 수단으로 상상한 듯하다.

 수중활동에 대한 미래 상상도는 좀더 만화적이다. 마치 지상의 승마경기처럼 물고기를 타고 경주를 벌이는가 하면, 고래 등에 줄을 매달고 움직이는 수중 고래버스가 등장한다. 잠수용 헬멧을 쓰고 드레스를 입은 채 바다 속에서 크리켓 놀이를 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기술 전문가들이 아니어서일까? 곳곳에 허술한 구석도 눈에 띈다. 시골길을 달려가는 이동형 주택은 언뜻 매우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연기가 나는 굴뚝은 이와 걸맞지 않은 설정이다. 교사가 학습기계에 책을 통째로 집어넣으면, 기계가 헤드폰을 통해 학생들의 머리 속에 책 내용을 학습시키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림을 자세히 보면, 당번을 맡은 학생이 기계를 손으로 돌리고 있다. 수동조작으로 첨단기계를 작동시키는 아이러니다. 화상통화는 오늘날 일반화된 것이어서 이들의 예측이 들어맞은 셈이다. 그런데 그림 속의 화상통화 방식이 좀 요란하다. 음성은 메가폰으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화상은 대형 거울에 나타난다. 이어폰이나 손 안의 디스플레이는 이들의 상상력 밖에 있었던 듯하다.

 이들이 남긴 그림들은 역설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엔 미래예측력이 훨씬 더 좋아졌을까? 분명 그런 점이 있다. 예컨대 인구, 경제, 기후변화 등에 대한 예측은 데이터와 트렌드 분석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을 토대로 미래의 변화를 그럴싸하게 상상해내는 건 훨씬 복잡하다. 해당 부문에 대한 여간한 식견과 통찰력이 아니고선 도전하기 어려워 보인다. 100년 전 미술가들의 그림에서 보듯, 사실 일반인이 갖고 있는 상상력의 범위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에 단단하게 묶여 있다. 상상력의 날개는 단순히 공상을 한다고 해서 펼쳐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100년 전의 희귀한 서양 그림들을 21세기 극동 지역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마음껏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건 이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과거에 발표된 문학예술 작품 중에서 흥미로운 것들을 골라 소개하는 비영리 온라인 저널로, 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이들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디지털세대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색다르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작품들의 온라인 창고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 창고가 커질수록 디지털 세대들은 더욱 풍성한 문화 콘텐츠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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