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 기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기껏 노력한 사람 대신 실익은 다른 사람이 챙긴다는 뜻이다. 이는 tvN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배우 박해진은 동명의 원작 웹툰이 드라마화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가상 캐스팅 1순위’로 언급된 인물. 원작의 팬들도 한 번에 엄지를 치켜든 캐스팅은 박해진이 유일했다.
박해진의 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치인트’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 판매됐다. CJ E&M 측은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알려진 금액은 총 16부에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에 달한다. 국내 케이블 드라마 수출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중국에서 ‘아시아 남신’으로 불리며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는 그이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기대에 힘입은 ‘치인트’는 1회 시청률 3.6%라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14회는 6.8%를 기록했다. 역대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이다.
그런데 시청자 반응이 이상하다. 높아진 시청률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져만 간다. 이유는 박해진의 분량에 있다.
박해진은 ‘치인트’에서 완벽한 스펙을 갖추었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주인공 유정 역할을 맡았다. 복잡한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지만 박해진의 치밀하고 세심한 감정 표현을 만나 매회 화제를 모으는 캐릭터로 자리 잡게 됐다. 박해진이 홍설 역의 김고은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시청자의 지지를 받고 있던 그때, 홍설을 짝사랑하는 서강준의 분량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다. 홍설을 짝사랑하는 백인호(서강준)의 모습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 이때부터 상식을 넘는 지지부진한 삼각관계가 시작됐고, 결국 지난 14회에서는 주인공 박해진이 5분 정도 화면에 얼굴을 비췄다.
졸지에 박해진은 붕괴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고, 김고은은 극 중반부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서강준은 이번 작품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에 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방송 직후 ‘치인트’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네티즌들이 “이제 믿고 거르는 PD가 될 거 같네요”, “포상휴가 왜 가세요?”, “캐릭터가 다들 망했어요. 이런 드라마는 처음 보네요”, “이럴 거면 드라마화 왜 했나요?” 등 제작진의 해명을 원하는 항의성 글을 올리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도 박해진은 ‘치인트’를 알리기 위해 오는 3월 10일 중국 베이징으로 간다. 2016 브랜드 전략 발표회 tvN ‘치인트’의 중국 프로모션에 단독으로 초청받은 것. 박해진이 ‘치인트’에 재능기부 중이라는 안타까운 농담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작품에 대한 논란이 일자 원작자 순끼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순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원작이 더 길어질 경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엔딩을 다르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 이후로 처음 받은 연락은 ‘지금 14화 촬영 직전인데 엔딩을 이렇게 해도 될까요?’하는 문의였다.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저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하라고 재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저는 원하는 결말을 요구한 적이 없다. 제가 원하는 결말은 제 작품에서 다뤄질 테니까요. 겹치지 않게 제작해주기를 부탁하였을 뿐 제가 원하는 내용을 강요한 적도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현재 ‘치인트’는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둔 상황. 사실상 원작 분량은 끝났다. 남은 회차는 이윤정 PD와 김남희, 고선희 작가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 그려질 것이다. 순끼의 엔딩을 훔친 방송분이 방영될 것인가, 새로운 엔딩이 만들어질 것인가. 또 박해진은 언제쯤 재능 기부를 멈출 수 있을까. 시청자는 가슴을 졸이고 있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