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지화 전략, 중국기업문화 존중해야"
(흑룡강신문=하얼빈) "중국에 진출한 일부 한국기업은 철저한 현지화 대신 한국식 기업문화를 강요하고 지방정부 및 각종 인허가 기관과 장기적 '관시(關係·인맥)' 구축 대신 뇌물 등에 의존하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포스코 다롄(大連) 대외부사장을 지낸 중국동포 김범송(50) 다롄시중한경제문화교류협회 상무부회장은 중국 내 한국기업들이 현지적응 전략을 구사하고 중국인·중국기업문화 존중, 지방정부와 원만한 관계 형성에 힘써야 한다고 23일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발간한 '중국을 떠나는 한국기업들'(한국문화사)이란 제목의 책에서 증국의 기업현장에서 보고 느낀 한국기업의 파산·철수 등 '실패 원인'을 정리했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그는 한국외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회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1~2015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 포스코에서 대외연락부 부사장으로 5년간 재직하며 기업이 봉착한 난관과 처리방식을 체득했다.
김 부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00년대 들어 중국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 및 외자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등 기업환경 악화는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객관적 요인'이 됐다"며 "과거 인건비가 싼 중국은 한국 중소기업에 천국이나 다름없었으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도래 후 기업을 매장하는 지옥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많은 한국기업이 경영난으로 중국에서 철수했고 심지어 야반도주를 강행하는 등 준비없이 무작정 진출한 대가를 지불했다"며 "한국기업이 실패한 '주관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파견되는 한국 주재원은 본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지만 중국 직원을 무시하고 현지 실정을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런 이기적 근무태도와 사고방식, 사전교육 부재, 중국 기업문화 몰이해가 '현지화 실패'의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중 한국기업이 중국의 복잡한 세무제도 이해부족, 막강한 권한을 지닌 현재 해관(세관)과의 관계부재로 세금폭탄을 맞아 파산하는 사례도 적잖다"며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세관 등 인허가 기관들과 돈독한 관시를 구축해 불이익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 근무업체의 협력사인 대형 한국 조선업체의 파산 과정을 보며 큰 충격을 느꼈다"며 "이런 기업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