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 정부가 부패 관리들을 직접 등장시킨 반부패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당국의 강력한 부패척결의지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과거의 인민재판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상하이에서 정주호 특파원입니다.
[기자]
[저우번순 / 전 허베이성 서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고픈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어려서 부패관리를 끔찍히도 싫어했는데 결국 내가 탐관이 되고 말았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비애를 느낍니다."
한 남성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지난해 7월 뇌물수수와 매관매직 혐의로 낙마한 전 허베이성 서기 저우번순입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만든 반부패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아비판을 한 겁니다.
중국공산당과 관영CCTV가 공동으로 제작한 총 8부작의 다큐멘터리는 지난 이번주부터 매일 저녁 방송되고 있습니다.
장관급 이상 고위관리 10여명이 줄지어 등장해 중국인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털어놓습니다.
각종 부정부패 사건이 어떻게 파헤쳐지고 조사되는지도 방송됩니다.
신중국 성립 이래 최대의 부패사범으로 불리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재판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4일부터 열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반부패 개혁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핵심 치적인 반부패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2기 집권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특정 피의자를 TV에 출연시켜 범행을 시인하게 하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이 과거 인민재판이라는 악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연합뉴스 정주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