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이 비교적 훔치기 쉽고 비싸게 팔 수 있는 스마트폰을 훔쳐 인터넷 등을 통해 팔아 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훔친 스마트폰을 사들여 해외로 밀반출하는 장물업자들이 이런 청소년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31일 동급생이나 후배를 때리거나 협박해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강도상해 등)로 최아무개(15)군 등 고등학생 9명을 붙잡아, 최군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동급생과 후배들로부터 스마트폰 14대 1100여만원 어치를 빼앗아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장물업자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 은평구의 찜질방·오락실 등에서 스마트폰 204대를 훔친 혐의로 고아무개(25)씨 등 8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23명이 10대였다. 지난 2월엔 가출 청소년들을 부추겨 스마트폰을 훔치게 한 뒤 이를 중국에 밀반출시킨 장물업자 하아무개(25)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장물업자들은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처분 곤란한 폰 고가 매입” “분실 폰 매입” 등 광고를 해 훔친 스마트폰을 사들인다. 청소년들은 찜질방이나 피시방, 학교 교실 등에서 스마트폰을 훔쳐, 장물업자에게 1대당 10만~50만원에 팔아넘긴다. 업자들은 이를 중국 등 해외로 밀반출시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6월까지는 휴대전화 분실신고가 매달 1만여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매달 5만여건이 넘는 분실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장물업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어 스마트폰 도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유통 경로의 실체를 밝혀 밀거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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