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 전투 끝났지만… 정부군 공세후 주민 600여명 사망… 고사작전으로 민간인 30만명 고통 / 도시 완전히 파괴… 인류애 무너져
“알레포는 인권의 총체적 붕괴 장소였다.”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 알레포에서 전투는 끝났지만,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고 ‘인류애’는 무너져 내렸다고 현장을 방문했던 옌스 레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전했다.
13일(현지시간)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러시아와 시리아군의 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휴전이 타결된 이날까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알레포 반군 지역은 약 4년5개월간 양측의 끝없는 공습과 포격으로 도시 곳곳이 파괴됐고, 민간인 인명피해는 셀 수 없다고 A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전했다. 지난 7월부터는 시리아군이 알레포 동부를 봉쇄해 도시의 보급로가 차단됐다. 이로 인해 전황은 시리아군에 기울었지만 도시에 갇힌 민간인 25만∼30만명은 식량과 의약품 등의 물자 부족을 겪으며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됐다. 시리아군이 이번 전투를 승리라고 자축하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알레포 전투에서 승리한 정부군 진영의 보복 가능성이 예측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 마치 일기를 쓰듯 시리아 내전의 참혹함을 트위터로 중계해온 알레포의 7살 소녀 지나 바나는 이날 “삶 혹은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이라며 “동부 알레포에서 전 세계를 향해 이야기한다”고 적었다. 동부 알레포 곳곳에서 민간인 수십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시리아 정부군의 전쟁범죄 의혹도 제기된다.
CNN방송에 따르면 한 인권운동가는 트위터를 통해 “더는 유엔과 국제사회를 믿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살아서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알레포 다른 지역에서 승전 축하 행사가 열렸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시신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적었다. 알레포 동부에서 구조활동을 해온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도 “거리와 무너진 건물 모두가 죽은 이들의 시신으로 가득하다”며 “이곳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