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국제사회
  • 작게
  • 원본
  • 크게

보이스피싱- '니가 경찰이면 난 대통령이겠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02.04일 10:23
"니가 경찰이면 난 대통령이겠네"

[보이스피싱 기승에… 전화 건 경찰·은행원, 사기꾼 취급당하기 일쑤]

- 전화 못믿는 사회

말실수라도 하면 "조선족 XX야" 욕 퍼붓고 신분 사칭한다고 신고

얼굴·명함 인증샷 찍어 보내고 직접 집 방문해 '진짜' 확인받아

시민들 모르는 번호 아예 안받아 중요한 정보 놓치는 등 피해도

"정말 경찰 맞는다니까요."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는 최근 고소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진땀을 흘렸다.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다가 겨우 연결이 돼서 "○○경찰서 ○○○ 형사입니다"라고 했더니 전화를 뚝 끊어버린 것이다. 다시 전화를 하자 상대방은 "니가 경찰이면 나는 대통령이다. 이 사기꾼 놈아"라며 버럭 화를 냈다. "경찰서 대표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해서 경찰이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설득한 뒤에야 제대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이 형사는 "진짜 수사 때문에 전화를 걸어도 세 통 중 한 통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받는다"며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면 '조선족 XX야, 사기 치려면 한국말 연습 좀 더 해라'는 식으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이라고 하면 '뻔한 수법에 안 속는다'며 아예 전화번호를 차단해버린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가족에게까지 연락해 하소연한 뒤에야 간신히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전화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전화 불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나 공무원, 은행원 등이 업무 때문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는 것이다.

충청권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 이모(여·28)씨는 최근 업무 시간에 때아닌 '인증샷'을 찍었다. 자동차세(稅) 50만원을 1년 넘게 안 내고 버티는 체납자에게 "체납 세금을 납부하라"고 했더니 대뜸 "보이스피싱 아니냐. 내가 왜 사기꾼에게 세금 내냐"고 따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30분 넘게 입씨름을 하다 결국 자신이 일하는 주민센터 사진과 얼굴, 명함까지 찍어서 보냈다. 그래도 상대방은 "못 믿겠다. 시청에 직접 전화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7년 차 공무원인 이씨는 "요즘 보이스피싱 때문에 공무 수행하기가 정말 힘들게 됐다"고 했다.

직접 돈을 다루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는다. 신용카드 재발급이나 마이너스통장 기간 연장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위해 최소한의 개인 정보를 확인하려 해도 "뭘 믿고 알려주느냐"고 의심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은행원 김모(여·28)씨는 사용하지 않는 휴면계좌에서 잔액을 빼가라는 안내 전화를 돌리다가 하루에만 수십 번 사기꾼 취급을 당했다.

그가 "○○은행입니다. 휴면계좌에 잔액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라고 하는 순간 "뉴스에서 본 사기 수법 같다. 웃기지 말고 전화 끊어라"라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다른 은행원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돌리다가 경찰 연락을 받기도 했다. 한 고객이 "그런 계좌를 만든 기억이 없는데 은행원을 사칭해 전화가 왔다"고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은행원이 고객 집을 방문해서 진짜 은행 직원임을 확인받은 뒤에야 의심을 풀었다고 한다.

이런 전화 불신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겪기도 한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안 받다보니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임모(27)씨는 작년 말 낯선 전화번호 수신을 거부했다가 학점을 못 받을 뻔했다. 그가 제출한 과제물에 착오가 있어 담당 교수가 전화한 것인데, 연락이 안 됐기 때문이다. 임씨는 "나중에 교수님이 보내주신 문자메시지를 보고서야 깜짝 놀라 학교로 찾아가 사과드렸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8454건이던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해 3384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당국의 지속적인 계도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의 직접 피해뿐 아니라 '불신 사회'를 만드는 간접 피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에 비해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이 취약한 편인데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를 더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80%
10대 0%
20대 0%
30대 40%
40대 4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20%
10대 0%
20대 0%
30대 2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4월 29일, 기자가 중국철도할빈국그룹유한회사(이하 '할빈철도'로 략칭)에서 입수한데 따르면 '5.1' 련휴 철도 운수기한은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도합 8일이다. 할빈철도는 이사이 연 301만명의 려객을 수송하고 일평균 37만 6000명의 려객을 수송해 동기대비 3.2%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인민경찰 덕분에 빠르게 아이를 찾게 되였어요.”

“인민경찰 덕분에 빠르게 아이를 찾게 되였어요.”

5.1절 련휴기간 방방곡곡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연길이 관광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근무중인 교통경찰이 인파 속에서 어머니와 흩어진 아이를 도와 어머니를 되찾아준 감동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5월 2일 저녁 8시 10분경, 연변대학 왕훙벽 앞거리와

"용돈 아껴 동기 몰래 후원"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 '훈훈'

"용돈 아껴 동기 몰래 후원"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 '훈훈'

'주안이 엄마'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미담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유튜브 댓글을 캡처한 사진이 담겨 있었다. 해당 댓글은 자신을 김소현

"천사가 따로없네" 한지민·박보영·김고은, 어린이날 1억 5천 기부

"천사가 따로없네" 한지민·박보영·김고은, 어린이날 1억 5천 기부

어린이날을 맞이해 배우 한지민, 박보영, 김고은이 각 5천만원씩 총 1억 5천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측은 배우 한지민과 박보영, 김고은의 기부 소식을 전했다. 한지민은 지난 2007년부터 JTS의 모금 캠페인에 직접 참여했었는데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