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한국의 피터 크라우치' 김신욱(25)이 의미 있는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은 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10분 교체 투입된 이후 연속 3골을 터뜨리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 4-1 대역전승에 당당한 주역이 됐다.
선제골을 얻어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던 대표팀은 전반 26분 이근호의 감각적인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후반에 그야말로 대공세를 펼치며 비교적 쉬운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김신욱을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전반에 대표팀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던 것은 바로 구자철과 이동국으로 이어지는 중앙 공격의 부진 때문이었다. 양 측면의 김보경과 이근호는 비교적 활발했지만 카타르의 지역 방어에 구자철이 묶이다 보니 이동국으로 가는 선이 끊기고 말았던 것.
하지만 구자철을 빼고 김신욱을 넣어 투톱으로 포메이션을 바꾸자마자 카타르 수비가 심하게 요동쳤다. 후반 10분 곽태휘의 헤딩 역전 결승골도 김신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196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중앙에 버티고 있다 보니 카타르 수비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이를 이용해 곽태휘가 헤딩골을 넣을 수 있었다. 김신욱이 카타르 수비수가 곽태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병풍' 역할을 한 영향도 컸다.
김신욱은 A매치 9경기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미드필드에서 나온 공이 곧바로 이동국에게 연결된 상황에서 이동국이 침착하게 내준 패스를 역시 김신욱이 침착하게 터닝 슈팅으로 연결, 카타르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소속팀 울산 현대에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면서도 정작 A매치에서는 골맛을 보지 못했던 김신욱으로서는 향후 대표팀 경기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대표팀의 네 번째 골 역시 이근호의 감각적인 헤딩골이 주효했지만 이 역시 김신욱이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온 영향도 없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60~70분에 승부를 걸 전술을 준비했는데 일찍 실점하고 동점골을 넣으면서 타이밍을 조금 당겼다. 김신욱이 들어가면서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동국과 지동원 등 공격수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김신욱은 '조커'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신욱이 제대로 잠재력을 내뿜는다면 역대 최강의 장신 공격수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이란, 카타르와 함께 승점3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 조 1위로 뛰어 올랐다. 1차전에서 나란히 이란과 카타르에 무릎을 꿇었던 우즈베키스탄과 레바논은 1-1로 비기며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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