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장악한 터키 에르도안 정권이 반대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재개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터키 경찰이 26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오후까지 전국에서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 가담 의심자 1,120명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은 터키에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세력을 일컫는다. 터키 정부는 또한 귈렌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 9,103명에게는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대규모 검거작전은 특히 개헌 국민투표 가결 후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중에 전격 진행됐다. 터키 당국은 쿠테타 직후 꾸준히 ‘귈렌 세력’이란 이유로 정부 비판 세력들을 잡아들였으나 최근 몇 달 새 이처럼 대규모로 펼쳐진 작전은 없었다. 경찰은 최근 혐의를 특정한 귈렌 세력 4,672명 중 이미 투옥된 1,448명을 제외한 3,224명을 상대로 이날 검거작전에 나섰다.
한편 터키에서는 지난해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9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로 터키 정부는 쿠데타 배후 세력과 테러리스트 수사를 명목으로 헌법, 법률에 구애 받지 않고 칙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누린다. 터키 의회는 개헌 국민투표 이틀 뒤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19일까지 3개월 더 연장했다.
서방은 터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 제바스티안 피셔는 “터키의 대량 구금 사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법을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도 “모든 개인은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터키는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기준과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