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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의 욕구, 기술이 채워줄까

[기타] | 발행시간: 2012.06.22일 20:38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외로워지는 사람들>

‘테크놀로지가 인간관계를 조정한다.’

한국어판 부제이다. 영어판 부제는 다르다. ‘왜 우리는 테크놀로지에는 더 많이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덜 기대하는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사실은 이 미묘한 차이가 중요하다.

물론 기술은 관계를 바꾼다. 요즘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매순간 관계망에 접속한다. 관계는 폭넓고, 상호작용은 즉각적이다. 그러나 밀도는 묽어졌다. 관계의 배경은 현실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했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수많은 ‘친구’와 늘 대화하지만 현실에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 부를 친구는 없다. 함께 있으면서 외로워하는 사람들. 책은 그런 현실을 진단한다.

그러나 기술이 관계를 바꾼다고만 말하는 것은 이야기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지은이는 분명하게 말한다. 서로를 실망시키는 것은 사람들이지, 기술이 아니라고. 기술은 그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신화를 창조하여 변화를 부추길 뿐이다. 제대로 된 질문은 우리가 기술에 무엇을 기대하는가다. 진짜 사람이 아니라 가상 연결망에 집착하는 것은 기술이 그 기대를 채워준다고 느끼기 때문이니까.

<외로워지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술 비판을 넘어선다. 지은이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중독된 당신을 성토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관계 집단도 어엿한 공동체라며 문제를 봉합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은이는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디지털 문화를 관찰했다. 수많은 어린이·학생·노인·과학자를 인터뷰했다. 온라인 고백 사이트, 만남 사이트, 아바타 게임을 직접 헤집었다. 개별 사례들을 풍부하게 수집해 세태를 그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신분석학자가 되어, 현상 밑바탕에 깔린 우리의 심리적 취약점을 짚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기계를 의인화하거나 기술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내비치는 순간에 주목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피상적인 설명보다 더 깊은 원인을 들춘다.

‘사교 로봇’과 인간의 관계라는 2부의 주제도 결코 다른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가상 연결망에 마음을 빼앗기는 까닭은 위험도가 낮으면서 늘 가까이 있는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거절과 마찰을 두려워해서든, 감정을 남에게 승인받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타인 지향적 자아감이나 게으름 탓이든, 우리가 계속 통제 가능한 약한 유대만을 원하는 이상 로봇이 인간의 말상대가 되는 미래는 시간문제다. 로봇이 아니라 우리가 준비되었기에 로봇 시대가 온다. 역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가 관계에서 무엇을 바라느냐다.

이런 분석을 하기에 셰리 터클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터클은 사회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뒤 컴퓨터 혁명 초창기부터 기술이 인간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외로워지는 사람들>은 그 연구를 기록한 3부작의 완결편이다. 인터넷 때문에 우리가 바보가 되었다느니 지성이 확장되었다느니, 에스엔에스로 우리가 더 고립되었다느니 더 긴밀해졌다느니, 논의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득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 한겨레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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