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체육부 임종률 기자]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른바 '굴욕적인' 이메일 서신으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이번에도 사태 해결은 몸통 대신 꼬리 자르기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17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광광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메일 공문 파문에 대해 "서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앞으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면 책임질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거취 문제를 포함해서 책임질 각오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주성 협회 사무총장이 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에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경위 설명을 마친 뒤 귀국하자마자 국회로 출석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김총장은 이번 서신 사태가 벌어진 과정에 대해 "협회 국제국이 공문을 우선 보낸 뒤 조중연 회장에게 사후 보고했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의 무게중심이 조중연 회장에서 김주성 총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김총장은 "조회장의 구두 허락을 받고 회장의 사인 도장을 공문에 찍어 보냈고, 사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직접 공문 작성을 주도한 사람이 김총장이라는 게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만약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돼 문책론이 힘을 받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사람은 김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회장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다. 사인을 찍은 것은 김총장이지만 사인의 주인은 조회장이다. 또 공문 발송의 최종 결정권자 역시 김총장이 아닌 조회장이다. 아무리 실무를 김총장이 진행했다고 해도 지시를 내린 사람은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그동안 행보를 살펴보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랫사람이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1월 직원 비리를 덮고 거액의 위로금까지 지급했던 황당한 사례다. 조회장은 슬그머니 물러나 있다가 대한체육회의 감사 결과가 나오자 "대표팀 감독 교체 문제로 집중 비판을 당하고 있어 금전 비리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이미지가 추락할까 봐 위로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당시 김진국 전무를 사퇴시키는 것으로 일을 매듭지었다.
그에 앞서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경질 때도 그랬다. 상식 밖의 감독 경질 사태에 대해 조회장은 "감독 인사는 회장의 권한"이라고 했다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때도 책임은 조회장이 아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졌고, 질타를 받았다.
이번 굴욕적 공문 사태도 책임은 조회장이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중연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로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를 채우기에 연연할 것인지, 협회의 행보에 축구인들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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