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아이스 음료를 즐겨먹는 직장인 이승진씨는 커피전문점에 갈 때마다 불만이 많다. 별로 마시지도 않았다고 느끼는데 음료가 빨리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 이씨는 "처음엔 내가 빨리 마셔서 그런줄 알았는데 나 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커피전문점의 음료는 얼음이 지나치게 많아 실제 음료의 양은 별로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 음료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료를 다 마시고 난 후 컵에 수북히 얼음을 남기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은 이 때 얼음에 비해 음료가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을 갖기도 한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아이스음료에서 얼음을 제외한 실제 음료량은 얼마나 될까. 본지 기자가 서울 명동 일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브랜드 커피전문점 6곳을 돌며 측정해 봤다.
측정 방식은 아이스음료를 주문 후 곧바로 준비한 비커에 얼음을 제외한 음료를 부어 양을 재는 방법을 택했다. 음료의 종류는 가장 대중적인 아이스티나 레몬에이드를 기준으로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얼음에 부어 녹여 채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아이스음료에 비해 양에 대한 불만이 적어 제외했다.
측정 결과 아이스음료량은 얼음의 크기에 따라 최고 150ml(밀리리터)까지 차이났다. 박카스 한 병(120ml)보다 많은 양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얼음이 비교적 큰(사각얼음) 4곳은 200~250ml(밀리리터)의 분포를, 작은(알갱이얼음) 2곳은 각각 320ml, 350ml였다.
얼음을 뺀 후 음료량이 가장 적었던 ㄱ커피전문점(위)와 ㅇ커피전문점의 레모네이드. 둘다 200ml(밀리리터) 가량 됐다.
얼음을 뺀 후 음료량이 가장 적었던 곳은 ㄱ커피전문점의 레모네이드였다. 용기를 꽉 채웠던 정사각형 모양의 큼직한 얼음들을 빼고나니 수번 마시면 없어질 것처럼 적은 양의 음료가 남았다. 계량컵의 눈금은 작은 '팩우유'와 똑같은 200ml(밀리리터)를 가리켰다.
ㅇ커피전문점의 레모네이드도 200ml(밀리리터)로 사정은 비슷했다. 음료를 빼니 용기의 90% 가량 차지하고 있는 얼음들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두 커피전문점 음료값은 각각 5300원, 5500원으로 가격도 비교한 음료 중 가장 비싼 편이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5000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고 '팩우유'만큼의 음료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얼음을 뺀 후 음료량이 가장 많았던 ㅇ커피전문점(위)과 ㅋ커피전문점의 아이스티. 각각 320, 350ml(밀리리터)였다.
얼음이 작은 '알갱이' 형태로 들어있는 곳은 음료량이 확연히 많았다. 가장 많았던 ㅋ커피전문점 아이스티의 얼음을 빼고 측정하니 350ml가 나왔다. 알갱이 얼음은 용기컵의 절반 정도를 채우고 있었다. 같은 가격의 ㅇ커피전문점 아이스티도 320ml로 측정됐다.
비슷한 용기에 담긴 아이스음료였지만 '사각얼음', '알갱이 얼음' 등 얼음 크기에 따라 100ml(밀리리터)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취재 결과 파악됐다. 겨울에도 아이스 음료를 즐겨 마신다는 대학생 김제상 씨(23)는 "빨대로 몇 번 빨고나면 금방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 굵직한 얼음들이 남아 있는데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민진 씨(31)도 "평소 아이스음료 양이 적다고 느껴 작은 얼음을 넣어주는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한다"고 전했다.
과한 얼음 사용에 대한 아이스음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으로 커피전문점의 한 관계자는 얼음 크기를 조절할 것을 조언했다. 알갱이 얼음을 사용하는 커피빈의 김지연 주임은 "알갱이 얼음은 흘러가는 물을 순간적으로 얼려 만들기 때문에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전 매장에서 얼음을 일정량만 넣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흔들어서 넣는 것은 금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이스음료 주문시 소비자가 직접 얼음양을 줄여달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커피전문점을 자주 찾는 대학생 유지연 씨(21)는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아이스음료의 얼음을 뺄 수 있다"면서 "음료를 보다 많이 즐기고 싶으면 주문할 때 얼음을 덜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