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중 6명… 밤샘 불면증에 1.2%는 금단현상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어머니가 사건 당일 오전 2시까지 PC방에서 게임을 즐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업주부 100명 중 6명이 게임이나 채팅 등 인터넷 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주부들은 자녀가 밥을 굶는 것도, 학교를 다녀오는 것도 모른 채 온라인 세상에 파묻혀 지내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주부 최정희(35·가명) 씨는 1년 전부터 가사와 육아를 포기한 채 게임에만 빠져 있다. 컴퓨터를 끄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져 견딜 수가 없다. 신혼 초 시댁 문제로 남편과 갈등을 겪던 최 씨는 스트레스 풀 곳을 찾다 게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그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것도, 밥을 챙겨 주는 것도 관심 밖의 일이 됐다. 밤새 게임을 하다 생긴 불면증 때문에 신경도 날카로워져 남편과는 멀어진 지 오래다. 최근 보다 못한 친정어머니가 최 씨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5일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 결과, 전업주부 인터넷 중독률이 6.1%로 나타났다. 100명 중 6명이 인터넷에 빠져 있는 셈이다. 특히 전업주부 가운데 1.2%는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금단 증상과 일상생활 장애 증상 등이 나타나 ‘시급히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전업주부는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정신과나 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드물어 인터넷 중독 문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들어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을 받은 617명 중 전업주부는 6명에 불과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들은 주부 인터넷 중독의 경우 다른 가족이 중독된 경우보다 가정 파탄에 이르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정석(정신과) 보라매병원 중독센터장은 “인터넷에 중독된 주부는 양육, 가사에 소홀하게 되고 남편 등과 갈등을 겪다 무기력증,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