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이나 교도소 수감 과정에서 교화되기는커녕 범행 수법이나 정보를 배우거나 공범을 만나 더 강도 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범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6일 빈집에 들어가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쳐온 이모(17) 군과 전모(16) 군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남모(17) 군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군 등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경기 광명시 일대 주택가에서 45차례에 걸쳐 44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소년원 수감 중 서로 알게 된 이 군 등은 범행 중 교대로 망을 보다 사람이 다가오면 ‘키스’ ‘치치’ 등의 신호를, 이상이 없으면 ‘망고’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키스’나 ‘치치’ ‘망고’ 등은 소년원에서 교도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은어다.
또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6월 서울과 경기 일대 24시간 세탁편의점에 들어가 동전교환기에서 현금 150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특수절도)로 박모(18) 군 등 3명을 검거했다. 역시 소년원 등에서 알게 된 박 군 등은 소년원에서 같이 생활하던 다른 친구에게 ‘24시간 빨래방은 주인이 없고 항상 현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학생 재범자 중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와 다른 범죄(이종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건수는 1만4115건으로 지난 2005년의 1만662건에 비해 32%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성인을 포함한 전체 재범자 가운데 이종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건수는 2005년 66만1020건에서 지난해 52만9942건으로 19%가량 감소했다.
특히 학생 재범자들이 저지른 범죄 가운데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이 2005년 240건에서 지난해 656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해 재범 시 기존 범죄보다 더 강도 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희 한국형사사법연구회 고문은 “소년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나 교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새로운 범죄에 오염되는 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인지현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