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박성완 기자 = "제게 보고하는 시간보다 대책 마련에 집중해달라. 보고는 생략하겠다."
8일 오전 경북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 재난 대책본부를 찾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이같이 말했다. 보고를 위해 회의실 상석은 비워놓은 채 스크린에 피해현황을 띄워놨던 관계자들은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였다.
안 후보는 "사고 현장의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 한다"며 "어제 피난처를 보니 장소도 좁은데 많은 분이 매트리스도 없이 불편하게 주무셨다. 그런 점을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고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한 후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안 후보가 보인 모습은 재난 현장을 찾으면 의례적으로 현장 책임자로부터 보고를 받는 기존 정치권 인사들과는 달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앞서 안 후보 자신이 출마선언에서 강조한 '문제해결 중심의 수평적 리더십'과도 맥이 닿아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정책적으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안 후보는 동대구역 대회의실에서 '분권혁신'을 주제로 정책네트워크 '내일' 포럼을 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격차해소가 더 큰 상위의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분은 다른 후보들도 많이 관심을 기울이지만 지역 간 격차해소에 대해서는 그렇게(중요하게) 말씀하시는 분이 없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3가지 방안으로 ▲지방분권 ▲지역인재 육성 ▲지자체의 자구책 마련을 꼽았다.
이는 후발주자로서 기존 후보들이 강조해왔던 '경제민주화'를 넘어 '격차 해소'라는 의제에 의미를 부여해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후 경북대 강연에서는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펼쳤다. 그는 "공약은 전체적 그림이 아니라 세부적인 얘기다. 치밀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공감을 얻어 현실과 접점에 있는 공약을 순서대로 발표하는 순서를 밟지 않고 한쪽(공약)부터 덜컥 나오면 정책 전문가들이 난감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 중 떠오르는 게 있느냐"며 전날 발표한 정책 비전을 언급, "거기에 따라 공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그림'부터 소개해 공감을 얻고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안 후보는 "어떤 분들은 어제 비전발표에 대해 '현실성이 있을까, 꿈같은 얘기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저도 안다. 그런데 제가 말씀드린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겨지게 만들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그 길에 여러분들이 함께 해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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