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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되셨네요"보이스피싱 인가 했더니…

[기타] | 발행시간: 2012.11.17일 10:32
썩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솔직히 배가 아프며 `나라고 안 될 이유가 없는데`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탈 만한 사람이 탔을 때에는 내 일 같이 기쁠 수 없다는 이들은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매주 겪는다고 했다. 유명 로또 정보 제공업체에서 일하는 박모(28·서울 강북구)씨와 윤모(25·서울 광진구)씨 얘기다.

박씨와 윤씨는 토요일 저녁마다 로또 추첨이 끝나면 1·2등 당첨자들과 통화를 시도한다. 수십억원에 당첨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1년 조금 넘게 이 일을 하며 목소리를 직접 들은 당첨자 수는 150여명 정도다.

해당 정보업체가 알려준 번호대로 기입을 했는지, 실제 로또 용지는 구매했는지 등 실제 1등 당첨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통화가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해 사무실에서 밤을 지세우기도 한다.

박씨는 "공증을 위해 모든 통화 내용은 녹음을 해요. 1등 당첨자가 신변안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게, (위협을) 느끼는 순간 전화를 확 끊어버리면 저희는 아무 일도 못하는 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일단 매뉴얼대로 당첨자에게 신뢰감을 준 뒤 혹시 주변에 누가 있는지, 있다면 다른 조용한 곳에 가서 전화받는 것을 권유한다"고 했다.

윤씨의 경우 여직원으로써 당첨자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데 훨씬 유리하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1등 당첨자들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윤씨는 "물론 저도 처음에는 1등 당첨 사실을 알려주면 보이스피싱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컸다"면서 "하필 로또 추첨일이 만우절이어서 수십억에 당첨됐지만 당첨자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해 곤혹스러운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 불신 가득한 사람들에게 안심을 시켜주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고 한 그에게서 제법 베테랑 티가 났다.

이들이 전화선 너머로 듣는 1등 당첨자들의 토요일 밤은 어떨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상황이 있는지 물어봤다.

박씨는 "로또를 산 이상 이런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는 분이 있는 한편, 반대로 전혀 기대하지 않고 딴 일을 하고 있다 받는 경우도 많아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가령 집에서 이같은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때 당첨 소식을 전하면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대성통곡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박씨는 "1등에 당첨한 한 40대 남성은 통화하는 도중 이제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며 울기 시작하는데 저 역시 코끝이 찡해졌다"고 했다. 전화받는 남편 옆에서 아내가 손뼉치며 소리를 질러 그 기쁨 역시 자신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당첨 등수를 듣길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박씨는 "1등과 2등 중 어떤 것에 당첨됐는지 말을 해줘야하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말하지 마세요`라고만 말했던 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결국 2등에 당첨된 사실을 전해주자 적잖은 실망감을 표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첨 사실을 알려주고도 욕을 들을 때가 있다. 당첨 번호는 전달 받았으나 로또를 깜박 잊고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치킨집을 운영하던 한 사장님이었어요. 통화를 하는데 장사를 하다보니 그날 따라 너무 바빠 로또를 구매하지 못했다는 거에요. 닭 몇 마리 더 팔려다 수천만원을 날렸다면서 제게 하는 욕인지 본인을 탓하는 욕인지 계속 욕을 해 진땀을 뺐었죠"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토요일 밤이다보니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등 외부활동을 하며 전화를 받는 경우도 많다.

윤씨는 "회식 술자리에서 전화를 받은 1등 당첨자가 있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밖으로 나오는데 까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마치 007작전을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당첨자여서 신변안전에 더 위협을 느끼며 심장마비와 같은 고통을 호소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

로또 발표가 난 지 몇 주가 지나도 당첨자와 통화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윤 씨는 "저희로서는 당첨자들과 꼭 통화를 해 당첨사실을 알려야하는데 이런 경우가 생기면 여간 당황스러운게 아니다"면서 "당첨자들과 유일하게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등이 고장나거나 분실해 연결이 안 될때 그렇게 안타까울수가 없다"고 전했다.

물론 거액의 당첨금이 얽혀있다보니 씁쓸한 모습을 볼 때도 있다. 로또계 등을 맺어 공동구매한 사람들과의 통화내용이 한 예다.

윤씨는 "20억원 정도에 당첨된 사람이었는데 친구 3명이서 로또계를 맺어 공동구매한 사례였어요. 그런데 당장 해당 주에 로또를 사기로 한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자 당첨금을 가지고 튀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씁쓸하더라고요. 친구들 우정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라고 말했다. 돈 문제가 얽히니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윤씨와 통화한 사람은 불과 몇 십 분 뒤 진동모드여서 못받았다는 친구 전화를 받았다. 그제서야 오해를 풀었고 원래 약속한대로 당첨금을 3분의 1씩 나눠가졌다.

윤씨는 "훈훈하게 마무리가 돼서 다행이지 큰일 날 뻔했다"면서 "로또 1등 당첨자들을 접하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경험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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