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경기 긴급진단 / 내수는 불황형 소비 ◆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불황형 소비'가 가속화하고 있다. 남성ㆍ여성 의류 등의 판매가 부진하고 담배ㆍ소주 판매가 증가하는가 하면 비슷한 제품이라도 가급적이면 저가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내수 위축에 따른 판매 부진을 걱정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경기 부진은 유통 업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6일까지 롯데마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1월 신장률 20.5%에 크게 못 미쳤다.
경기 부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제품 중 하나는 의류다. 롯데백화점에서 남성 의류의 매출 신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1분기 16.9%에 달했으나 올해(1월 1일~2월 6일)는 5.4%로 낮아졌다. 또 여성 의류의 매출 신장률은 작년 1분기 19.5%에서 올해 들어서는 3.4%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의류는 모피다. 지난달까지 예년에 비해 날씨가 춥지 않았던 영향이 있지만 불황도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7일 백화점과 의류 업계에 따르면 모피는 지난해 12월 1~2%대로 저조한 신장세를 보이다가 올해 1월 들어서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모피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작년 12월에는 2.5%였으나 올해 1월 들어서는 아예 -8%로 내려갔다.
반면 경기가 안 좋을 때 잘 팔려 일명 '불황형 제품'으로 불리는 상품을 찾는 발길은 늘었다. 대표적인 것이 소주ㆍ라면ㆍ담배 등이다. 지난달 이마트ㆍ롯데마트의 라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6%, 19.8% 늘었다. 골목상권에서는 담배ㆍ소주가 인기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담배 매출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0.2% 뛰었다. 또 같은 기간 막걸리와 소주 매출은 각각 12.6%, 13.1% 상승했지만 맥주 판매는 6.5% 줄었다.
기능이 비슷한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품목을 구매하는 '대체소비'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김규식 기자 /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