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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수퍼카·초고가 시계 … 흔적 없이 현금 거래

[기타] | 발행시간: 2013.07.28일 04:03

요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주요 임무는 미술품 감정이다.

전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압수한 미술품 500여 점을 민간 전문가와 함께 진위를 가리고 가격을 매기고 있다. 1차 작업 결과 이들 미술품의 전체 가격이

3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횡령·배임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CJ그룹 이재현 회장 비자금 사건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 사건까지,

최근 검찰의 검은돈 수사 때마다 고가의 미술품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미술품을 비롯해 최고급 수입차인 수퍼카, 수억원짜리 초고가 시계,

스피커 한 쌍에 억대가 넘는 하이엔드 오디오 등이 지하경제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들 호화 기호품의 ‘검은 경제학’을 알아봤다.

#1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부인 A씨는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84) 화백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물방울에 힘이 맺혀 있다는 평가 때문에 가장 높은 값을 받는다는 1970년대 작품들이다. 김 화백이 75년 그린 120호짜리 물방울은 지난해 3억50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주변에서 “비싸게 쳐줄 테니 한 점만 내놔라”고 해도 A씨는 팔 생각이 없다고 한다. 김 화백의 작품들을 자식에게 물려줄 속셈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A씨의 작품소유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상속세 등 세금은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2 중견기업을 갖고 있는 B씨는 7년 전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을 7억원에 구입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재력가 C씨가 최근 B씨에게 “120억원에 팔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조금 지나면 2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아직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다.

 이처럼 호화 기호품은 대부분 적정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고 매매기록을 남기지 않고 거래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비자금 조성이나 자금 세탁에 동원되거나, 편법 증여·상속에 악용하기 쉽다. 케이옥션 대표이사를 지냈던 김순응(60) 아트컴퍼니 대표는 “한국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고 관련 시장이 형성돼 원할 때 언제라도 팔 수 있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자금 사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술품

가장 대표적이고 시장이 큰 게 미술품이다. 2011년 화랑·경매회사·아트페어 등 공식 유통경로에서 거래된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4722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수치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미술계 인사들이 많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프라이빗 딜링(private dealing)’이라고 불리는 개인 간 거래가 공식 시장보다 규모가 더 크고 더 비싼 작품들이 사고팔린다”고 말했다.

 복수의 미술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개인 간 거래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주로 강남의 청담동이나 강북의 사간동에서 소규모 갤러리를 차린 딜러들이 중간에 다리를 놓아준다. 30명 남짓한 이들은 누가 어떤 작품을 갖고 있는지 안다. 모든 거래는 흔적 없이 현금으로 이뤄진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얼굴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딜러들은 거래가의 20~25%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개인거래 시장에서도 이중섭·박수근·김환기 등 이미 작고한 작가의 작품은 희소성 때문에 앞으로 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김종학·김창열·이대원·이왈종·천경자 등 생존 작가의 작품도 인기가 좋다. 최근엔 제프 쿤스·데이미언 허스트·사라 모리슨·로버트 인디애나 등 해외작가들이 많이 뜨고 있다. 기업체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시장에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CEO들이 해외유학을 다녀왔거나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해외작가의 작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은 미국의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 등 해외 작품 10점을 회사 돈으로 매입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해외에서 데이미언 허스트의 ‘스트립티저’ 등 1000억원어치의 작품을 사들였다. 최근 가장 많이 찾는 해외작가는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다. 제조업체 CEO D씨는 최근 해외 경매시장을 통해 구사마의 ‘호박’을 10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해외 경매업체는 낙찰자를 ‘아시아의 수집가(Asian collector)’라고만 밝혔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갤러리나 중개인을 내세워 해외경매에서 작품을 사들이면 소장자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프랑스 전위예술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관계 당국이 해외작품의 국내 반입을 모두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억 안팎 하이엔드 오디오 수집하기도

수퍼카나 클래식카, 한정판 시계 등도 보관 상태만 좋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올라 지하경제에서 많이 찾는다. 도민저축은행 채규철 회장 사건은 상징적이다. 2011년 7월 채 회장이 불법 대출 담보로 보유했던 19대의 수퍼카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이 중 2006년 발매 당시 세계 최고가·최고속 스포츠카로 유명한 부가티 베이론 16.4 모델도 있었다. 국내에 정식 수입됐다면 세금을 포함해 25억원 이상에 팔릴 차다. 특히 300여 대만 만들어진 이런 수퍼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문제의 부가티 베이론은 아직 팔리지 않았다. 예보 관계자는 “부가티를 비롯한 상당수 차가 차량등록도 안 된 상태였다. 비밀리에 수입되고 등록도 안 한 채 현금으로 여러 차례 거래되면서 소유관계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오디오에도 관심을 보였다. 올해 초 예보는 채 회장이 대주주였던 한 회사 지하 창고에서 최고급 오디오 500여 점을 확보했다. 한 세트에 5000만~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스피커 제품과 억대의 앰프 등 고가품이 수두룩했다. 특히 토머스 에디슨이 제작한 20세기 초의 축음기도 발견됐다.

 초고가 시계도 남성들 사이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꾸준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피아제는 지난해 80억원짜리 한정판 시계를 공개했다. 로저 드뷔는 최근 시가 3억원의 시계를 시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한정판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 점 정도 제조돼 가격이 계속 오른다. 롤렉스와 같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특별 개조해 2~3배 더 값을 올려 파는 장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초고가 시계도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딜러를 통해 은밀히 거래된다. 방송인 강병규는 로저 드뷔 1점과 롤렉스 2점 등 98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팔아주겠다며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2011년 기소됐다.

 호화 기호품은 로비에도 자주 활용된다. CJ그룹은 2006년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게 20만 달러와 함께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를 건네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퇴출을 막기 위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고가의 그림 10여 점을 건넸다.

양도세 피하는 편법 기승

정부는 호화 기호품과 지하경제와의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노력해 왔다. 미술품 양도세 과세가 대표적 예다. 올해부터 6000만원이 넘는 사망 작가의 미술품 거래에서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도 “미술품 거래를 모두 추적하긴 힘들다”고 시인할 만큼 현실성은 크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갤러리 관계자는 “벌써 3000만원 단위로 끊어서 계산하는 등 양도세를 피하는 편법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56) 교수는 “미술계에서 양도세 부과에 대해 반발이 많은데 선진국은 미술품 과세가 더 엄격하다”며 “양도소득세보다 더 필요한 건 미술품을 통한 불법·편법 상속 또는 증여에 대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벤치마킹해 미술품 등록제(등기)·가격지수(공시지가) 등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재·노진호 기자 seajay@joongang.co.kr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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