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또 한번 대본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직접 찍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촬영 현장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지난 5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하여 3박4일 동안 여행을 즐기다 온 배우 이장우-티아라 은정 커플의 촬영 현장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두 사람의 모습 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스텝의 모습이었다. 한 여성 스텝은 촬영 중 지시사항을 전달하기 위하여 '코코넛 먹자'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즉흥적이고 감정에 따라 흘러가는 것 같았던 '우리 결혼했어요' 촬영이 여타 드라마나 예능과 차이 없는 '대본'예능임을 인증한 순간이었다.
↑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방송캡처
결국은 '예능'일 뿐인 '우리 결혼했어요'가 유독 대본 논란에 자주 휩싸이는 것은 프로그램 자체가 리얼리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방송 속 러브라인이 아닌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 그 자체가 방송의 주된 골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감정의 흐름에 따라가며 진실되다는 가정 하에 지켜본다.
드라마와 같이 극에서만 존재하는 화자들의 만남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연예인들이 각자의 생활 반경을 그대로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와 만들어내는 현실 속의 극이기에 진실성이 담보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 '리얼리티'가 깨져버린 상황에서는 방송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리스크가 크고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현실성'이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최대의 장점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독이 될 수 있는 최대의 맹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대본과 리얼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타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또 다른 '예고된' 위기의 순간이다.
누리꾼들 역시 "다 짜여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허탈하다", "이렇게 못 믿기 시작하면 앞으로 방송을 더 어떻게 보지?", "한 번 대본이라는 생각을 하면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알고는 있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 확 다가오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허탈감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 결혼했어요'는 MBC 노조의 파업으로 지난 2월 4주간 정규 방송이 결방 되었다가 3월 3일부터 정상적으로 방송이 재개되었다.
박수연 기자 idsoft3@review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