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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낡은것과 고별하며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5.08일 09:05
《지금 어떤 세월입니까? 〈간고분투〉는 이미 멀리 떠났습니다. 헌 구두를 벗어던지세요.》

아마 난 너무 시대적인 류행에 뒤떨어진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낡은것에 집념하는 외고집은 계속 쓸것 같다.

나는 소년시절부터 옷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낡은것을 좋아했다. 어머니가 새옷을 사주면 왜인지 너무 부끄러워 일부러 손으로 주글주글 주름이 생기게 하고 때를 묻혀 입었다. 고중시절에 남녀학생 모두 새옷, 새 바지에 칼주름을 쭉쭉 세워 입었지만 나는 기운 옷을 입고 다녔다. 비닐신은 깁고 또 기워 신었고 마지막에는 가는 철사로 동여매여 신었으니 나의 학창시절 초라한 모습을 짐작할수 있을것이다. 나는 돈만 있으면 도화종이, 붓, 미술책과 수분화색감, 유화색감 그리고 유화천도 사야 했다. 때문에 남처럼 멋을 부리고 할 여유가 없었다. 총각시절 나는 이 단위, 저 단위를 옮겨다니면서 미술담당을 맡고 그림 그리기와 책읽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다나니 나는 항상 헌옷을 입고 헌신을 신고 다녔다.

나의 8년간의 첫사랑 련애도 헌옷, 헌신처럼 버려졌다. 리혼하고 6년만에 나보다 12살 어린 대학생 처녀와의 련애에서도 4년 동안 제일 많이 받았던 꾸지람이 너무 헌옷만 입고 다닌다는것이였다. 그리고 출장길에서 많은 사람들은 작가와 화가란 사람이 막상 만나보니 이렇게 낡은 옷을 입고 다닐줄은 정말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1997년 연변작가협회 제7차 대표대회에서 40대 작가들이 함께 모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내가 웃옷을 벗자 뒤잔등의 적삼이 째진것을 보고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인 우광훈씨가 조용히 호텔방을 나섰다. 난 사실 그때 우광훈씨가 왜 말없이 나갔는지 몰랐다. 한참후 우광훈씨가 흰 고급적삼을 들고 나타났다. 녀기업가이며 소설가인 박향숙씨와 말해서 산것인데 사양하지 말고 새 적삼을 입으라는것이였다. 내가 한사코 받으려 하지 않자 우광훈씨는 짜증까지 내면서 이 적삼은 박향숙씨의 돈으로 샀지만 연변작가협회의 명의로 주는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김재국이랑 새 적삼을 갈아입으라고 극구 강권하기에 하는수없이 갈아입었다. 문우들의 지청구가 하도 간곡했기에 나의 소고집은 꺾이였다.

난 이처럼 새것으로 단장할줄 모르는 고집불통이다. 경쟁의 시대에 늘 자신을 과시해도 현실과 발걸음을 맞추기 힘든데 나는 시대와 너무 뒤떨어진 도태된 골동품인가부다.

평소 누나와 형제들에게서 헌옷을 버리고 새옷을 사입으라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냥 그 모양 그 꼴이다. 창의력을 발휘하여 미술작품을 창작하여 전국미술상도 수상하고 국제미술전에까지 출품하면서도 몸단장만은 그냥 락제점수였다.

순간 나의 눈앞에는 저명한 화가인 곡강이 떠오른다.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곡강화가는 원래 길림시에서 미술사업에 종사했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그를 많이 찾아다니면서 유화를 배웠다. 그때 곡강화가는 다 닳아떨어진 옷을 입고 미술창작을 했는데 정말 차마 눈 뜨고 볼수 없을 정도였다. 허벅다리가 들여다보이게 바지가 째졌지만 근본 의식하지 못했다. 그날도 우리가 점심때가 훨씬 지났으니 이젠 식사하라고 여러번 말했지만 너덜너덜한 헌옷을 입은 곡강화가는 한손에 밥그릇을 들고 다른 한손에 붓을 들고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그림 그리기에 넋을 잃고있었다. 지금 곡강화가는 이미 중국의 유명한 대화가로 되였다.

나는 어느 책에서 모택동주석은 낡고 오래된 물건을 귀중히 여기셨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다.

주은래총리가 서거한후 길림시박물관에서 주은래총리사적전람을 조직했었다. 주은래총리가 생전에 쓰시던 이불보와 적삼은 깁고 또 기워서 더 기울 자리조차 없었다. 이불보와 적삼은 다 삭기까지 했는데 나는 그때 주은래총리의 이런 유물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7년 신은 나의 겨울구두는 쓰레기통에 이미 던져버렸으나 그 신은 아마 오래동안 내 머리속에서 떠날것 같지 않다…

허나 이제 헌옷을 입던 지난날과 고별하려 한다. 한국에 나가서 10여년간 미술활동을 하고있는 화가친구가 며칠전에 한시간이 넘도록 전화에서 나의 소고집을 흔들어놓았다.

그 화가친구는 나에게 사람은 시대의 발전에 발을 맞추어야 하며 자기만 위해 살아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간고소박을 제창한다고 해서 헌옷만 입으라는것이 아니라며 물질문명이 발달된 오늘에는 자신을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이 허락되는데 자기만 편하려고 헌옷 입기만을 고집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고 대방에 대한 존중이 아니기에 항상 몸을 깨끗이 거두고 옷단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결국 옷단장은 남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목이 마르도록 설복했다.

한참 심사숙고해보니 조건이 허락되는 상황에서 남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채 자기만 편하려고 헌옷만 고집하는것은 일종 자사자리한 행위인듯싶었다.

이제 나는 변하려 한다. 사치와는 거리를 두고 새옷 입고 새 신을 신고 새 관념, 새 가치관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싶다. 그러나 간고소박정신만은 영원히 잊지 않을것이다.

/황영성 (장백)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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