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 작게
  • 원본
  • 크게

'방범 디자인'… 강도-도둑 발길 뚝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11.24일 16:40
‘방범 디자인’ 주택가 적용 큰 효과… 빈집털이 45%↓ 공원 범죄 38%↓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길 위로 파란 빛이 올라왔다. 지표면에 설치된 직경 10cm짜리 조명에서 나오는 빛이다.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86길에는 이런 조명이 2m 간격으로 300m에 걸쳐 이어져 있다. 밤에는 마치 비행기 착륙을 앞두고 일제히 표지등을 켠 공항 활주로를 연상케 한다.

이곳은 숙명여대 기숙사로 이어지는 길이라 늦은 시간까지 여학생들의 통행이 잦다. 그러나 후미진 뒷골목이라 취객들이 다니는 한밤중에 무서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았다. 올해 4월 용산경찰서는 용산구청과 함께 이곳에 ‘발광형 표지등’ 150개를 설치했다. 태양열을 통해 에너지를 모은 뒤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표지등이다.

개당 가격은 4만 원. 들인 돈은 전체 600만 원에 불과하지만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숙명여대 무용학과 이승은 씨(20·여)는 “파란 조명이 있으니 확실히 덜 무섭다”며 “골목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나쁜 사람들이 와도 어떻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의 귀갓길 분위기를 바꾼 것은 바로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 효과다. 셉테드는 범죄 예방에 디자인 개념을 반영한 것. 도시나 주거환경을 바꿔 사람들의 통행을 늘리는 등 폐쇄적 공간을 개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범죄 감시 효과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등 해외에서 시작됐는데 국내에서도 그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원룸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서울 동작구 성대로 14길의 별칭은 ‘거울길’. 9월 초 450m 거리에 있는 건물 30곳의 현관에 거울 같은 효과가 나는 ‘미러시트(반사필름)’가 부착됐다. 성인 여성의 평균 키를 감안해 160cm 정도 높이에 30cm 너비의 미러시트가 빠짐없이 붙었다. 귀가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현관문을 열 때 덮치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뒤에 있는 범죄자를 미리 발견해 신고나 대피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진성숙 씨(54·여)는 “이 골목에선 오토바이 날치기가 빈번했다”며 “효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미러시트를) 설치한 뒤 경찰이 주의 깊게 보는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했다.

빈집털이가 잦았던 서울 도봉구 주택가는 올해 3월부터 ‘도둑고양이’가 지키고 있다. 도둑고양이는 형광페인트의 일종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외선 검출기로만 확인할 수 있다. 도봉구 총 201개 지역 1938가구에 도둑고양이가 칠해져 있다. 절도범이 담벼락이나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다 옷이나 신체에 묻으면 3, 4개월간 지워지지 않는다. 가격도 국산 제품은 10가구 정도에 칠할 수 있는 분량(100mL)이 1만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지금까지 도둑고양이가 칠해진 주택에서는 단 한 건의 빈집털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도둑고양이가 있다’는 현수막과 표지판을 붙이면서 주변 지역에서도 덩달아 빈집털이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9월 도봉구에서 발생한 빈집털이는 233건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28건으로 45%나 줄었다.

1998년 만들어진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 천호공원은 높은 석축과 무성한 나뭇가지 때문에 밖에서는 안쪽 상황을 잘 보기 어려웠다. 밤마다 청소년들이 술판을 벌였고 가끔 도박판이 벌어져 경찰 출동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올해 4월 시야를 가로막았던 석축을 제거하고 나뭇가지도 말끔히 정리하면서 밖에서도 내부 상황을 볼 수 있게 됐다. 깔끔한 디자인의 벤치와 다양한 형태의 화분도 배치돼 가족들이 모여 사진을 찍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결과 공원 내에서 폭행과 도박으로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 1∼10월 대비 38.4% 감소했다.

경찰은 범죄예방대책에 셉테드 개념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효과가 입증된 방안을 확대 시행하기 위해 셉테드 표준설계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며 “지방자치단체, 관련 전문가와 함께 조만간 논의기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

범 죄예방환경디자인의 줄인 말. 도시환경 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 기법. 유리창이 깨진 집이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기반으로 1990년대 미국 뉴욕 경찰이 범죄 단속에 적용해 성과를 냈다.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0%
10대 0%
20대 0%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KBS아나운서 출신 배우 오영실이 4년만에 7억 대출금을 갚았지만 결국 무리한 일상에 '갑상선암'을 투병했던 삶을 고백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에서는 아나운서 출신 배우 오영실이 출연했다. 그녀의 절친으로는 송도순, 김병옥, 조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태명은 용용이" 백아연, 악성림프종 이겨내고 임신... '엄마' 됐다

"태명은 용용이" 백아연, 악성림프종 이겨내고 임신... '엄마' 됐다

지난해 8월 비연예인과 결혼했던 가수 백아연이 이번에는 임신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아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 5개월 차 초음파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는 "저희 가족에게 선물같은 아기천사가 찾아왔다"며 임신소식을 전했다. 이어

"멈추지 않는 질주" 임영웅, 콘서트 앞두고 6일 신곡 발표

"멈추지 않는 질주" 임영웅, 콘서트 앞두고 6일 신곡 발표

오는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가수 임영웅이 팬들을 위해 콘서트 전 깜짝 신곡을 발매한다. 지난 29일, 임영웅의 공식 SNS에는 오는 6일 공개될 임영웅의 신곡 첫번째 티저 이미지가 공개돼 팬들

“22kg 다이어트 성공” 이장우 무대 선다, 송스틸러 방송 언제?

“22kg 다이어트 성공” 이장우 무대 선다, 송스틸러 방송 언제?

배우 이장우와 조혜원(나남뉴스) 예능 프로그램의 신성으로 떠오른 배우 이장우(38)가 또 다른 음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예고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장우가 출연하게 되는 프로그램은 MBC ‘송스틸러’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2월 9일부터 2월 12일까지 파일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