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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is is it] 오상식 차장, 멸종 위기의 동물

[기타] | 발행시간: 2014.12.03일 09:03
아이즈 ize 글 강명석



사람들은 “참 낭만적인 차장님”이라고 했다. 스스로는 “위험한 일만 찾아다니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고 평한다. tvN <미생>의 원 인터내셔널 영업 3팀 차장 오상식(이성민)은 안영이(강소라)가 “낡고 오래된 골동품”이라 말한 “신념”이 큰 계약보다 중요할 만큼 낭만적이고, 대신 팀의 성과를 채워줄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끌어줄 윗사람은 없고, 덕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만 늘었다. 성매매를 원하는 바이어의 뒤를 캐서 신념을 지키면서도 계약을 이끌어내는 수단. 그는 무슨 상황이든 머리를 써서 해답을 찾아야 했다. 영업 3팀의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는 입사 전 바둑을 두며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오상식은 집에 돌아가 아이와 아내를 보기 전까지, 언제나 승부 중이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의 원 인터내셔널은 인턴이던 안영이가 프레젠테이션 중 문제를 제기하면, 임원들까지 나서서 계산기를 두들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 열중했고, 합리와 이성이 조직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미생>의 원 인터내셔널에는 임직원 사이에 라인이 있고, 여자를 차별하는 부서가 있다. 신념이 골동품 취급을 받는 곳에서 오상식이 신념을 지키고, 실적을 달성하고, 장그래와 대리 김동식(김대명)을 보호하려면 수단도 많아야 하고 종종 윗사람과도 싸워야 한다.

그러나, 한때 나쁘지 않은 사이였던 최 전무(이경영)는 자신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를 믿고 지원하던 김 부장(김종수)은 부하 직원의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됐다. 동기인 다른 과장들은 먹고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미생>의 김원석 감독이 연출했던 KBS <성균관 스캔들>에서 정약용(안내상)은 정조(조성하)의 지원 아래 성균관 유생들을 바른길로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오상식에게는 아무도 없다. 이 작은 팀의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바깥 세계를 ‘몸빵’하듯 견디며 영업 3팀을 보호할 약한 파티션이나마 치는 것뿐이다. 그러니 일에 매달린다. 그는 사내 여론을 문제로 모두 반대했던 요르단 사업을 진행할 때 “일만 보자”고 말했다. 일을 해야 영업 3팀을 보호할 수 있고, 일을 통해 모든 불합리를 버리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다.

이것은 오상식의 최선이되 한계다. 그는 장그래가 일을 통해 미생인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도록 만들었다. 장그래에게 영업 3팀은 “우리”고, 원 인터내셔널은 “우리 회사”다. 하지만 그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우리 회사”에서 해고당할 것이다. 오상식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상식은 장그래에게 “YES!”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것 같은” 말을 할 수 없어 “대책 없는 희망”과 “무책임한 위로”를 줘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팀원들이나마 보호했고, 점점 나빠지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선한 사람으로 살았다. 하지만 정작 그 신념을 이어주길 바라는 청년은 세상에 안착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는 장그래에게 좋은 상사는 될 수 있지만, 신념을 가르칠 스승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하기엔, 세상이 너무나 변했다.



<미생>의 진짜 판타지는 현실에서 장그래의 세대가 오상식과 같은 상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미생>은 오상식과 같은 세대가 살아온 삶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다. 오상식에게는 아이 셋과 전업주부인 아내가 있고, 그의 아내는 빠듯한 살림에도 어떻게든 가정을 꾸려나가며,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자란다. 이것은 오상식과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꿈꿔온 삶이다. 열심히 일하면 좋은 직장인, 존경받는 상사,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꿈. <미생>은 죽도록 일하는 오상식을 통해 직장인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그가 꿈꾸는 삶을 어느 정도 현실에서 실현시켜준다. 한 세대가 그들의 가치를 실현하며 직장과 가정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찾고,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미생>의 판타지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장그래의 통찰로 바라본 세상이라면, 김원석 감독의 <미생>은 오상식의 희망과 실천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미생>은 오상식의 신념을 응원하되 과도한 연민으로 빠지지 않는다. 오상식은 장그래처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인정한다. 장그래 같은 계약직이든, 장백기(강하늘)처럼 헤드헌터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든, 그들은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우리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 오상식의 세대처럼 한 직장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루기 어려운 그들에게 직장에서 신념을 지키고, 자아를 실현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 장그래와 장백기에게 필요한 상사는 오상식이 아닌 장백기의 사수 강 대리(오민석)일지도 모른다. 일은 기본부터 제대로 가르치되, 다가서기 전까지는 부하 직원의 사생활에 들어오지 않는 선배. 그러나 가끔은 맥주 한잔 하며 직장 생활의 고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동료. 오상식이 장그래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이런 관계가 일반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하는 것뿐이다. <미생>은 오상식의 삶을 응원하되 그것의 한계를 외면하거나, 이것이 옳다고만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생>은 그래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평생을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여전히 혼자 꾸역꾸역 가족과 직장에 뚫린 구멍들을 땜질하며 사는 모습을. 그가 왜 대책 없는 희망과 무책임한 위로밖에 못하면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져 갈지라도. 참 술자리 같은 드라마다. 처음에는 달콤하나 뒷맛은 씁쓸하다. 그러나, 도저히 마시지 않을 수 없다.

글. 강명석

사진제공. CJ E&M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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