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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만인의 ‘공적’이라더니…나서는 세력은 왜 없지?

[기타] | 발행시간: 2015.02.12일 15:55
[한겨레] [한겨레21]


누가 IS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은 갈수록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어가는 것인가? IS는 만인의 공적이라고 모두가 떠들고 있으나, 아무도 맞서서 싸우겠다고 나서는 세력은 없다.

2014년 6월29일 IS가 선포된 지 7개월여가 지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월7일 IS의 이라크 영역에 대해 공습을 허가한 지도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또 9월24일부터 IS의 시리아 영역으로 미국 주도의 연합국 폭격이 확대된 지 5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중동 국가 등 59개국이 참가한 반IS 연합국은 그동안 약 2천 번의 폭격을 IS의 이라크와 시리아 영역에 가했다.



“지상에서는 거의 이뤄진 것이 없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반IS 연합국 회의에서 그동안 약 2천 번의 폭격으로 IS의 동력이 차단됐고, 수천 명의 대원이 죽고 지도부의 절반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IS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의 한 간부는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약 6천 명의 IS 대원이 죽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존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도 6천 명이라는 숫자를 확인했다. 케리 장관은 IS가 이라크에서 명백히 저지됐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부군이 IS가 차지했던 영역 중 270제곱마일을 탈환했고, 200개의 석유 및 가스전을 되찾았다고 지적했다.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에만 의존하는 연합국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은 ‘눈을 감고 하는 복싱’

터키는 IS 방조하고 이라크는 교란 세력으로

하지만 이 전쟁을 지휘하는 책임자인 미국 국방장관은 다르게 말한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케리 장관이 런던 회의를 하던 날에 IS 대원 6천 명을 전사시켰다는 주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수치를 확인할 어떠한 것도 본 적이 없다며 전사자 수는 전쟁 승리를 가늠하는 신뢰할 만한 척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중요한 척도는 IS가 방어적으로 돌아서서, 신입 대원과 자원을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느냐라고 강조했다.

헤이글의 신중한 태도는 전날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가 미국 등 연합국이 이라크에 필요한 무기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못한다고 불평한 것을 반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압바디 총리는 IS와의 전쟁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으나, 지상에서는 거의 이뤄진 것이 없다”고 불평했다.

헤이글 장관은 “우리는 60개국 이상의 연합국을 꾸려 이라크를 도우러 갔다”며 “이라크 총리는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하고, 우리는 이라크 주민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군 병력을 훈련하려고 계획한 4개 훈련소 중 3개가 설치됐고, 네 번째도 곧 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 도와줄 의지나 역량이 없어

IS와의 전쟁 상황에 대한 세 사람의 각기 다른 해석을 바탕으로 현재 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공통분모를 유추할 수 있다. 미국 등 연합국의 폭격으로 IS의 영역 확대는 일단 주춤하고 있다는 것을 첫 번째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폭격으로 IS의 영역이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두 번째로 유추된다. 세 번째는 IS와의 전쟁 상황을 결정적으로 바꾸려면 IS와 직접 맞서 싸우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상군은 현재로서는 여전히 준비 중일 뿐이다.

IS와의 전쟁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대목은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의 코바니 공방전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코바니를 둘러싼 IS 전투대원과 쿠르드족 민병대 등 전투대원의 전투는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으나, 그저 모두 지켜보기만 했다. IS가 지난해 6월과 7월 비약적인 영역 확장을 한 뒤 이를 저지하려는 연합국의 폭격이 시작되면서 벌어진 주목할 만한 전투였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IS에 맞서는 쿠르드족의 인민수비대 등 민병대 병력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세력은 전무했다. 미국 등 서방 연합국은 IS를 겨냥해 공습을 가하기는 했으나, 전투에 참가해 IS와 직접 맞서는 쿠르드족 민병대에는 실효가 없었다. 미국의 공습은 그저 주변을 때리는 변죽이었다. IS의 확산 저지 및 패퇴를 그렇게 외치는 미국을 포함한 중동 전역의 국가들은 사실 이 전투를 도와줄 의지나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등 NATO 동맹국은 공습 외에 별다른 도구가 없었다. 이라크군은 IS 전투원과 싸울 역량도 없었다. IS의 영역 깊숙이 있는 코바니에 병력을 파견할 의지나 역량조차 없었다. 코바니 전투에서 유일하게 개입할 역량을 가진 쪽은 터키였다. 하지만 터키는 쿠르드족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했다. 전투에 참가하려는 다른 지역 쿠르드족 민병대가 코바니에 접근하는 것을 봉쇄했다. 국경을 봉쇄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터키는 빗발치는 국제적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터키의 이런 자세는 IS와의 전쟁을 둘러싼 참가 세력들의 동상이몽을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IS의 발호에 맞서 지상에서 싸우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타도 이후 이라크 영내의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확대하며 독립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터키 영내의 쿠르드족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권력의 공백 속에서 커진 쿠르드족의 세력을 제어하는 데 수니파 IS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터키가 사실상 IS의 확장에 뒤로 도움을 줬다는 의혹과 음모론도 있다.

이미 IS의 성장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의 보수적 수니파 왕정의 실질적 도움이 배경이 됐다는 것은 공지의 비밀이다. ‘아랍의 봄’ 이후 터진 시리아 내전에서 시아파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타도를 위해 봉기한 수니파 반군 세력을 돕기 위해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수니파 보수왕정들은 무기와 자금을 대줬다. 사우디 등은 IS의 위축이 ‘이란-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중동의 시아파 연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전으로 접어든 IS와의 전쟁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역시 IS의 성장을 방조했다. 자신의 정권을 타도하려는 내전이 발발하자, 아사드 정권은 수감 중이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대거 석방했다. 이들이 누스라전선 등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주의 무장조직을 만드는 데 중추가 됐고, 누스라전선은 곧 반군 진영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누스라전선을 편입한 IS 선포 뒤에서 아사드 정권은 별다른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아사드 정권은 내전의 구도를 자신으로 대표되는 세속주의 세력 대 IS로 대표되는 극단적 이슬람주의 세력의 대결 양상으로 만들었다. 이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구도다.

5개월에 걸친 공방전 끝에 코바니에서 IS는 최근 패퇴됐다. 이 공방전의 와중에 고토 겐지 등 일본인 인질 사건과 모아즈 알카사스베 요르단 공군 조종사 포로 사건이 터졌다. 이 인질 사건은 IS의 코바니 공방전 패배를 가리는 역할을 해줬다. 반면 IS에 대한 국제적 공분을 자아내고, 특히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요르단은 반IS 연합국 대오에 더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압둘라 국왕이 직접 명령해 요르단 전투기가 IS에 폭격을 가한 뒤 카사스베의 고향 마을을 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IS와의 전쟁 구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누가 IS와 직접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국 중에 지상군을 파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나라는 터키 하나 정도다. 하지만 터키는 코바니 공방전에서 보듯 IS를 방조 내지 뒤에서 부추기는 형국이다. 연합국에 참가하지 않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이란,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미국 등 연합국의 가상 적이다. 미국 등은 이들에게 손을 내밀 입장이 못 된다. 이들 세력 역시 IS의 득세가 자신들의 세력 확장에 당분간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IS 칼리프’

IS와의 전쟁은 이제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반년간 진행된 연합국의 공습이 전술적으로 IS의 확장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공습이 IS의 전략을 분쇄하는 데 성공했는지에는 대부분 회의를 보인다는 것이다. I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니파 주민 영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 방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로버트 페이퍼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망치와 모루’에서 지적했다. 페이퍼 교수는 연합국의 공습이 IS가 현재 확보한 영역을 굳히려는 방어 전략을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만 올린 이라크의 유령 병력

지상군의 존재 없이 공습에만 의존하는 연합국의 IS와의 전쟁은 마치 눈을 감고 하는 복싱과 같다. 더 큰 문제는 눈을 가린 복싱 선수인 연합국을 링 안팎에서 교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이라크 정부다. 이라크의 전 정부인 누리 말리키 정부의 부패 혐의를 조사한 이라크진실성위원회는 국고 3300억달러가 증발된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군에는 이름만 올린 유령 병력이 5만 명이나 된다. 미국 등 서방 연합국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이는 오히려 IS의 무기와 재정으로 바뀌는 현실이다.

누가 IS와 싸울 것인가? 누가 IS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정의길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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