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시간 표류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 장후이 씨
지난 1일 창장(长江)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青年报), 관찰자넷(观察者网) 등 중국 언론은 구명조끼에 매달려 밤새 표류하다 뭍에 도착해 살아남은 여행사 직원 장후이(张辉, 43) 씨 등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장후이 씨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30분 전인 밤 9시경,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창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실 내부로 물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여행객 대다수가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며 일부 노인 승객은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
20분 뒤, 장 씨는 배 우측에 있는 사무실에서 나와 침실로 가던 중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배는 순식간에 한쪽으로 45도 가량 기울었다.
장 씨와 동료는 황급히 인근에 있던 구명조끼를 집어들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물은 순식간에 장 씨의 목까지 차 올랐다. 수영을 할 줄 몰랐던 장 씨는 구명조끼를 손에 쥐고 강을 따라 표류했고 해가 뜬 새벽에서야 항구 쪽에 도착해 구조될 수 있었다.
장 씨는 "처음으로 땅을 밟았을 때 마치 꿈을 꾸는 줄 알았다"며 "안전한 지역까지 올라왔을 때는 서 있을 힘도 없었다"고 말했다.
52세 셰린(谢林) 씨 역시 구명튜브에 의지해 운좋게 살아남았다. 셰 씨에 따르면 뜨거운 물 한잔을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배가 기우는 것을 느꼈고 잔, 책상 등이 한쪽으로 쏠렸다. 셰 씨는 운좋게도 배 2층의 왼쪽 선실이었고 창문을 통해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셰 씨는 "배 오른쪽에 있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알아챌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하늘을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바깥으로 헤엄쳤다"고 당시를 터올렸다.
셰 씨는 급류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운좋게도 구명튜브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배에 걸린 로프를 붙잡고 밖으로 나와 다른 승객 1명과 함께 탈출에 성공했다. 셰 씨 역시 장 씨와 마찬가지로 강을 따라 표류하다 인근 선박에 구조됐다.
생존자들은 "매 객실마다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침몰이 워낙 빨랐다"며 "배가 천천히 가라앉기만 했어도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국가기상센터는 "사고 당시 현장 부근에 초속 35m의 회오리바람이 불었고 1시간에 97㎜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중앙방송(CCTV)의 보도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현재까지 승객 458명 중 28명을 구조했는데 이 중 절반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승객은 현재까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이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