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유명 서커스단 코끼리가 지난 겨울 휴식기 동안 직원들로부터 온갖 학대를 당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이 코끼리를 괴롭히는 광경은 현지의 한 동물보호협회가 코끼리 우리에 몰래 설치한 감시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런던에 기반을 둔 동물보호협회가 노샘프턴셔주 폴브룩의 한 농장 코끼리 우리에 지난 겨울 동안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앤(Anne)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는 1950년대부터 현지의 유명 서커스단 무대에 오르고 있다.
동물보호협회는 앤의 학대 정황을 접하고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지 알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 약 4주 동안 관찰했다.
공개된 영상 속 직원들은 너무나 잔인했다. 이들은 코끼리를 발로 차는가 하면 수풀을 뒤집을 때 쓰는 갈고리로 앤의 이곳저곳을 때렸다. 쇠사슬에 다리를 묶인 코끼리는 무차별 폭력이 쏟아지는 동안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올해 58살인 앤은 관절염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협회 측은 다리에 묶인 쇠사슬이 너무 잔혹하다고 비난했다. 앤에게 쇠사슬은 쉽게 끊을 수 있는 장치지만, 워낙 오랫동안 묶였던 탓에 스스로 풀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협회는 줄기차게 서커스단에 앤의 양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서커스단 측은 “우리에게 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라며 “만약 앤이 서커스단을 떠나면 외로움에 제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일제히 서커스단을 비난했다. 이들은 “영상을 보는 내내 믿을 수 없었다” “사람은 동물에게 결코 잔혹하게 대할 수 없다” “세상에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등 반응을 보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