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배우 황석정은 삶의 많은 것이 서툴다. 카드비 미납 문자에 잠을 깨고, 가스비 체납으로 가스가 끊겨 버너로 밥을 한다. 화장실 불이 나가면 불이 나간 채로 살고, 빗이 부러지면 자신이 기르는 개, 대박이의 개빗을 빌려 쓰기도 한다. 건강 검진도 45세에야 처음 받았다. 바쁜 생활 탓에 집안일을 할 겨를이 없거나, 가족 뒷바라지로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결과다. MBC [그녀는 예뻤다]의 패션잡지 편집장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여러 잡지를 읽어보고 어울리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고민했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서는 작은 것 하나 하기도 만만치 않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함께 출연 중인 육중완이 고장 난 화장실 조명을 고쳐주고, 강남이 운전 연수를 도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늘 타인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다. 황석정처럼 화장실 불이 나가는 것만으로도 어찌할 줄 모르는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1인 가구를 선택한 사람들은 늘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올해 발간된 [서울특별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에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1인 가구의 51.2%는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응급 상황에 대응 및 대처’를 꼽았다. 일상의 자잘한 문제를 해결해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황석정은 재개발 진행에 맞춰 11월까지 집을 비워야 하지만, 서울에서 17평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기본 1억 7~8천만 원이 필요하다. 뒤늦게 원룸이며 다세대주택 등 집을 보러 다니지만, 작은 방 한 칸에도 월 50만 원이 든다. 돈 버느라 일상생활에는 소홀했지만, 그렇게 벌어도 반려견과 함께 생활할 공간을 얻기조차 어렵다. “내가 가진 조건으로는 내가 있고 싶은 집에 못 있는구나”라는 황석정의 자조는 많은 1인 가구의 현실이기도 할 것이다.
비싼 집값 때문에 이사를 선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서울에서 사는 1인 가구의 51.5%는 ‘직장과의 거리 때문에’ 혼자 산다. 서울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은 혼자 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생계를 해결하느라 혼자 살면서 일상의 다른 일에 서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직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결혼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부부 모두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경제력이 있다면, 함께 사는 것이 주거문제부터 일상의 많은 부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황석정은 [나 혼자 산다]에서 “살다 보니까 계속 혼자 살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독신을 고집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난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30대 여성의 20.4%, 40대 여성 중 4.8%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러 이유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1인 가구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1인 가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40, 50대 비혼 여성의 결혼 및 가족 담론의 해체와 재구성](성미애, 한국가정관리학회, 2013)에서 40~50대 비혼 여성들은 주거 안정성에 따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본인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거나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노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경제적 부분에서 노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황석정도 자신의 아파트가 있었다면 고민의 많은 부분이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수입은 있지만 노후는 불안하고, 일하려면 집안일은 일정부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으며, 나이 들수록 건강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황석정이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주는 삶은 특별하거나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보고서처럼 보인다. 나이 든 비혼 여성이 겪게 되는 문제부터 서울의 부동산, 그리고 건강 문제까지 모든 것이 얽혀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 산다]가 보여주는 혼자 사는 삶의 한 단면이다. 황석정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1인 가구가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될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황석정처럼 마음먹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나 혼자 사는 삶은 강가에 있는 버드나무 같아요. 산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물이 많기 때문에 물이 범람해도 살아남아야 돼서 뿌리가 엄청 깊어요.”
글. 심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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