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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한국인 대상 보이스피싱한 한국 20대의 '악몽'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1.25일 19:11

보이스피싱 <<연합뉴스TV 캡처>>



'하루 6시간 근무 月500만원'…20대女 6개월의 '악몽'

中 보이스피싱 콜센터선 어떤 일이(?)…1대1 지도, 매일 100통 전화

외로움에 잠시 '연애'도…달콤한 유혹의 끝은 철창신세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한국에 있어 봤자 취직도 안 되는데…. 눈 딱 감고 몇 개월만 해보자는 생각이었어.

월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중국 다롄(大連)으로 넘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나 지났네.

4년제 대학을 나와 별의별 학원을 다 다니며 취업문을 두드려봤지만 내년이면 서른인 내게 전화 몇 통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지.

방 3개짜리 아파트에 마련된 '콜센터'에서는 아무도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어. 별명으로만 불러서 이름도, 나이도 몰랐어. 서로 알게 되면 나중에 골치만 아프다나. 빽빽하게 모여 앉아서는 명단을 보고 전화만 걸어대던 사람들의 첫인상은 너무 이상했어.

나는 1주일 동안은 A4 용지 한 장짜리 코멘트지를 외우고 또 외웠지.

'서울중앙지검 ㅇㅇㅇ 수사관입니다'로 시작하는 멘트지를 전화에 대고 읽는 게 처음에는 어찌나 어색하고 긴장되던지….

석달 먼저 와 있던 '김 선생'이 지도선생이었어. 능청스럽게 피해자인 양 전화를 받는 그의 바로 앞에서 연기를 하자니 차마 말이 안 떨어지더라.

처음 몇 주간은 낯선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도 잘 안왔어.

전화를 하면 대개 그냥 뚝 끊겼는데 욕도 심심찮게 들었지. 제일 속상한 건 보이스피싱인 걸 알면서도 속는 척 계속 전화를 끊지 않을 때였어. 같은 방에 있던 조선족 '고 과장' 아저씨는 그럴 때면 오히려 욕을 차지게 한바탕 쏟아버리던데.

하지만 나는 이미 가족과 친구들에게 짝퉁 장사라도 한번 해보겠다며 큰 소리 떵떵 치고 중국까지 온 마당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며 이를 악물고 버텼지.

나도 연기에 소질이 없진 않았나 봐. 갈수록 말이 자연스러워졌고, 교육 후 매일 100통 이상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다 보니 곧 항상 하던 것 마냥 익숙해졌어.

보이스피싱(CG)<<연합뉴스TV 제공>>

4개월 지나니 같이 온 일행 중 제일 먼저 '검사'로 승진도 했더랬지. 검사는 '1선'인 수사관이 먼저 떡밥을 뿌려 놓으면 돈 인출을 확정짓는 '2선'이어서 성공수당도 많았어. 1선일 때는 7%인데 2선은 12%로 껑충 올라.

하지만 외워야 하는 멘트지도 A4용지 1장에서 20장으로 늘었어. 그만큼 고급 기술이 필요한 거지. 의심하는 것 같으면 호통도 치고, 금융위원회든 금감원이든 그럴싸한 다른 기관 이름도 들이대야 하니까.

월급도 자연히 3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껑충 뛰었어.

생각보다 근무 환경은 좋은 편이었지. 주 5일에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6시간만 일하는 근무 조건은 꽤 괜찮았어. 물론 빨리 확 벌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어차피 오후 2시가 넘으면 한국에선 은행이 문을 닫거든.

8∼10명이 함께 같은 사무실에서 북적북적 일하고 일부와는 같은 숙소도 쓰다 보니 정이 쌓여 남자랑 연애도 해봤어.

옆 아파트의 콜센터 사무실에서는 같이 일하던 커플이 한국 가서 결혼도 했다던데….

오후 2시에 퇴근하면 완전 자유였어. 주로 남자친구와 PC방에서 시간을 보낸 뒤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녔고 지난 주말에는 인근 도시로 여행도 다녀왔었지.

본명도, 나이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 외로운 생활을 계속 하다 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과 정이 드는 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거 같아.

물론 가끔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보내는 수백만∼수천만원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할까 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어.

하지만 곧 '나는 그냥 전화를 했을 뿐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

가끔 누군가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외출했을 때 한국말로 얘기하는 걸 중국 공안이 유심히 쳐다보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어.

보이스피싱(CG)<<연합뉴스TV 캡처>>

다시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한 데다가 중국에 올 때 여권 사진을 총책에게 준 탓에 섣불리 돌아가겠다는 얘기도 못 하겠더라고.

그러다 사흘 전, 여느 때와 같이 전화기를 걸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 오고야 말았어.

떠들썩한 콜센터가 갑자기 침묵에 빠지는 순간. 그래, 공안이 들이닥친 거지.

'쾅쾅…!' 갑자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는데 평상시 노크보다 너무 컸어. 내 귀에는 쩌렁쩌렁 울렸지.

사무실에는 누군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 조선족이 응대한다는 규정이 있었어. 같이 일하는 조선족이 '누구시죠'라고 했지만 답은 필요 없단 듯 문이 확 열리면서 공안들이 쏟아져 들어왔지.

무지막지하게 손을 낚아채 손목에 수갑을 채울 때의 그 싸늘한 느낌이란….

아, 기장이 비행기가 곧 착륙한다고 그러네. 드디어 한국에 왔어.

30분 뒤 인천국제공항에 내리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바로 간대.

엄마를 어떻게 봐야 할까. 6개월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 기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의 설명을 토대로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운영 형태 등을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일인칭 시점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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