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8년간 수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지른 명문대 출신 화가에게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미성년의 학생들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은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서양화가 김모(56)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김씨의 신상정보 5년간 고지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국내 유명 미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김씨는 2009년부터 자신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 5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2009년 10월부터 2012년 여름까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A양을 3차례 성폭행ㆍ성추행하고 해당 장면을 캠코더로 녹화했다. 2011년 6월에는 피해자 B양에게 미술 수업 중 "옷을 벗고 그림을 그려라. 이건 예술이다"고 시키고, 옷을 벗고 그림을 그리게 된 B양의 신체를 만지며 이를 캠코더로 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2013년 5월에는 A양의 동생인 C양도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자신의 몸을 만지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3~4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 봉사활동을 이유로 찾아간 김씨는 청각ㆍ언어 장애가 있는 학생 D양과 E양을 자신의 작업실에서 특별 수업을 하자고 유인했다. 김씨는 "너희는 미술 재능이 뛰어나다"고 이들을 칭찬한 뒤 "크로키를 잘 하려면 직접 살과 뼈를 만져서 느껴야 한다"며 자신의 몸을 만지도록 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08년 부인과 이별하고 혼자 국내에서 지낸 김씨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피해 학생들에게 “나는 국내 유명 미대를 나왔고 파리 유학파다. 내가 정시로 입학할 수 있게 해주겠다. 특별수업을 해줄테니 내 작업실로 오고 어른들에겐 비밀로 해라”라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왔다.
재판부는 “아직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김씨와 피해자들의 관계, 범행 방법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