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무리한 시청률 경쟁을 줄이고 침체된 드라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60분룰’을 도입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KBS 정성효 드라마사업부센터장과 MBC 장근수 드라마본부장,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 등 3사 드라마국 수장은 지난주 만남을 갖고 드라마 러닝 타임을 줄이는 것으로 큰 틀 안에서 의견을 모았다. 3사가 주중, 주말 미니시리즈는 60분, 연속극은 30분으로 방송 분량을 맞추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해당 드라마에 붙는 광고 송출 시간까지 포함한 러닝 타임이다.
3사는 동시간대 드라마를 내보내며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 상대 방송사보다 송출 시간이 길면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방송 시간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사는 지난 2009년 ‘72분룰’을 정했다. 이 약속은 내부적으로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며 2013년 다시금 5분 줄어든 ‘67분룰’로 이어졌다.
20부작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회당 5분을 줄이면 총 100분의 여유가 생긴다. 드라마 두 회에 해당되는 분량이다. 최근 제작되는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5억 원 안팎 임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10억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4년 만에 60분룰이 제기된 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해외 수출 매출이 크게 줄었고, 일본 내 한류 역시 좀처럼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은 높은 개런티를 고수하고, 물가 상승에 따라 인건비를 비롯해 전반적인 제작비가 상승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PPL(제품간접광고) 등 드라마 제작 지원이 줄고 방송사들의 광고 수주 역시 감소하면서 드라마 제작비를 줄여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경쟁보다는 상생을 통해 드라마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방송 시간을 줄이면 제작비도 줄지만 방송 분량에 대한 제작진의 부담도 감소하면서 콘텐츠의 질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0분룰이 실제 드라마 업계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3사의 보다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비롯해 “시청률 30%가 보장되는 자리”라는 KBS 2TV 주말극의 경우 방송 시간을 줄이면 해당 드라마를 통해 수주할 수 있는 광고 개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각 방송사 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장 본부장은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60분룰에 대해 3사가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종 적용되기까지 좀 더 서로의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