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김정일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옹하는 장면./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북한 김정일이 이미 2001년에 자신에게 서울을 사정권에 둔 핵무기의 존재 사실을 알렸다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너지 위크’포럼에서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부정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김정일과 나눈 대화를 이렇게 기억했다. “2001년 일본 방문길에 북한에 들러 현 지도자(김정은)의 아버지(김정일)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때 그(김정일)가 북한에 핵폭탄이 있고, 서울이 사정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2001년 핵무기 존재 연급해”
푸틴 대통령은 이어 “그 말을 들은 때가 2001년이고 지금은 2017년”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영구적인 제재를 받고 있고 그들은 핵폭탄 대신 수소폭탄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고 나서 정확히 1주일 뒤에 북한 금융기관의 해외 구좌를 동결했지만, 북한은 모든 (핵 관련) 협정에서 즉각 탈퇴했고, 핵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평가하거나 결정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미국과 북한 등) 양쪽 모두 목소리를 낮추고 직접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대해 ‘힘의 언어’를 사용해 얘기하게 되면, 단지 북한의 입장만을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계속돼서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는 인식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북한은 핵 비확산 조약(NPT)에 서명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의심스럽게 본 영변 핵시설과 핵 폐기물처리장에 대한 특별사찰을 거부하다가 급기야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북간 고위급 접촉 끝에, 가까스로 북한의 ‘탈퇴 유보’를 끌어냈다.
이후에도 북한의 핵사찰 비협조가 계속 되면서,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던 경수로 공사가 지연됐고, 미국은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했다. 북한은 핵동결을 거부하고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고, 2013년 1월 NPT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에 현재 북한 노동자 4만 명”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에 4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러시아는 거기(북한)에 4만톤의 원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은 작은 회사들의 물량을 합한 것이고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양국 사이에는) 협력이 없고, 여기서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러시아가 북핵 더 우려”
푸틴은 또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을 두려워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핵실험 장소가 북·러 국경에서 불과 200㎞ 떨어져 있다”면서 “북한과의 거리를 감안하면 미국보다는 러시아가 더 걱정을 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포럼에서도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가 주둔하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인구 60만 명의 전략적 항구 도시로서, 북한과의 국경에서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