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 뒤에는 역시나 구글이 있었다. 구글은 자사가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의 최대 고객인 삼성이 애플에게 밀리도록 가만 두지 않았다.
미(美) IT전문매체 씨넷(Cnet)은 13일 구글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 전에서 삼성전자에 법률적 조언과 전략 조정 등 은밀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구글은 삼성전자를 대변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법률회사 퀸 엠마뉴엘(Quinn Emanuel)을 자사의 지적재산권 분야 자문회사로 선정하는 등 중요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글의 지원의 이유로 애플과 삼성이 대결의 이면에 있는 애플과 구글의 대립을 꼽았다. 애플이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가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에게 밀리자 안드로이드폰의 선두주자에 섰던 삼성전자를 공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2분기 스마트폰 판매율과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애플은 구글과의 전면전에 앞서 삼성을 압박할 필요성을 느꼈다.
게다가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심리에서 애플이 공격의 방향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면서 구글의 압박도 상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에서 애플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자 애플은 소프트웨어의 유사성을 공격하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에 구글 역시 전면에 나서서 애플과 대립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삼성전자를 지원하면서 특허 소송을 마무리 짓고 안드로이드의 성장을 위해 힘쓸 전망이다.
닐 샤(Neil Shah) SA(Strategy Analytics)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가능하면 빨리 이 재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직접 애플과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씨넷은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 수석변호사 중 한 명인 찰스 버호벤(CharlesVerhoeven)이 애플이 특허소송을 제기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HTC와 모토로라의 변호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반즈앤노블(Barnes & Noble)의 변론도 담당했다고 전했다. 반즈앤노블은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전자책 리더기 '누크(Nook)'를 선보인 곳이다.
씨넷은 오는 20일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이 통합검색기능, 3개의 다른 특허에 대한 특허권 침해 및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등과 관련해 심리를 시작하면 구글과 애플이 직접 대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애플의 요청을 받아들여 갤럭시 넥서스 판매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판매 금지 집행 정지를 요청했고 항소법원은 20일까지 판매금지 집행을 유보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또 구글이 모토로라의 이동통신 부문과 이 회사의 특허권을 매입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특허소송을 이어감에 따라 애플과 구글의 충돌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kmk@newsis.com
<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