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월 100만원 쉽게 번다" 입원 꼬드기는 병원
■D한의원 기막힌 보험 사기
설계사가 병원 차린 후 보험가입자들 유혹
돈 나오면 수수료 챙겨 수사중에도 배짱 영업
‘나이롱 환자’들을 무더기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강북의 D한의원. 건물창문에는 ‘입원실 운영’, ‘교통사고 입원치료’라는 광고가 버젓이 붙어있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서울 강북의 6층짜리 건물에 자리한 D한의원. 보험사기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영업하는 '간 큰 병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17일 찾아간 한의원은 폐쇄적인 느낌을 줬다. 6개층 중 한의원이 쓰는 4·5·6층 창문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접수를 하는 5층 입구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환자 3, 4명이 진료를 기다리는 모습은 평범한 한의원 풍경. 진료 전 작성하는 접수증에는 기본 인적 사항 외에도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를 적는 공란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이 건물 창문에 '입원실 운영, 교통사고 입원치료'라는 광고문구가 달려 있었다.
외부에서는 커튼에 가려져 볼 수 없는 6층 입원실로 올라가 봤다. 입원실의 20여개 병상이 텅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 갔냐"고 묻자 "물리치료를 받는 시간"이라는 한의원 관계자의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5층 물리치료실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D한의원은 지난 2009년 개원 때 'S'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2010년 'M'한의원으로 바꿨고 다시 'W'로 쓰다가 지금은 'D'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개원 이후 3번이나 개명을 했다. 기자가 이날 D한의원의 체성분 측정기에서 뽑은 검사표 우측 상단에 등록자가 개업 당시 이름인 S한의원으로 찍혀 나왔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2010년 보험사기 제보를 받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자 S에서 M으로 간판을 바꿨다"며 "보험사기에 연루되거나 의심을 받고 있는 병ㆍ의원은 통상 이름을 바꿔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 한의원 개업 당시 행정 책임자로 일한 A씨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한의원을 설립한 실질 오너는 보험설계사인 김모(56)씨로 한의사는 월급 원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당국도 한의사 등 병원관계자로부터 김씨가 이 한의원의 주인이라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자금을 투자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사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김씨의 보험사기 수법은 충격적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보험대리점 인근에 이 한의원을 개원하고, 보험가입자들을 상대로 '아는 한의원에 입원하면 월 보험금으로 100만원은 쉽게 벌 수 있다'고 꼬드기는 방식으로 입원시켰다고 한다. 몇 명은 보험료를 직접 내주기까지 했다. 김씨는 혹시 모를 경찰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대비해 환자가 병실 밖으로 나가더라도 휴대폰은 꼭 병실에 두라고 지시했다.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다'고 말하라고 응대법도 숙지시켰다. A씨는 "김씨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활용해 관리하는 '환자 풀'만 100여명"이라며 "6개월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시켜 보험금을 타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김씨가 이렇게 나온 보험금의 대략 20%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에게 이곳에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는 보험설계사 김모(56)씨 이야기를 꺼내자 이 직원은 "우리는 그런 적 없다. 김씨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언성을 높였다.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보험설계사 김씨와 이한의원에서 일한 한의사 3명 등 병원관계자 6명을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인터넷한국일보 송옥진기자 cli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