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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사회 교육위기 및 발전대안/김범송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11.20일 10:35
[아래 글은 지난 10월 중국단동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김범송 논설위원의 논문 개요이다. 편집자 주]

1. 서론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 이후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인구이동은 조선족사회 민족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 농촌의 조선족학교들은 학생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폐교되었고, 부모를 따라 대도시와 연해도시에 이주한 조선족자녀들은 민족교육시설의 미비로 부득불 한족학교에 진학해 민족어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민족어를 기반으로 하는 민족교육의 위축이 가져온 가장 큰 문제는 조선족의 언어와 문자를 대대손손 후세에 물려주던 전통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부모의 교육비용 부담 확대는 자녀교육비 해결을 위한 국내외의 인구이동을 초래했고, 부모와 자녀간의 장기간 별거생활은 조선족사회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조선족사회 민족교육의 위기는 민족존립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1988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 조선족의 출생아수는 1994년부터 소학교 학생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1993년 212,100명에서 1999년 149,900명, 2005년에는 67,700으로 급감하였다(권태환, 2005: 116~117). 이러한 학령아동의 감소원인은 출산력 저하와 농촌인구의 도시이동과 해외출국에서 기인되며, 이는 조선족학교 통·폐합의 결과를 초래했다. 도시와 외국에 진출한 부모들이 더욱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자녀들을 도시학교로 이주시킨 결과 농촌학교는 학생내원의 감소로 폐교되었고, 도시학교는 농촌학생들의 유입으로 정원이 넘쳐났지만 최근에는 도시학교도 학생수 충원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이동과 거주지의 변화로 인한 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문화의 인프라의 부족이다.

조선족의 대도시 이주는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거주지를 형성한 반면, 기존 조선족의 집거지구는 총체적 해체위기를 맞게 되었다. 비록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으로 집중·산개된 도시공동체가 촉성되고 있지만, 민족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민족교육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현재 조선족집거구의 적지 않은 조선족자녀들이 한족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2005년 연길시의 통계에 따르면 한족학교에 다니는 조선족학생이 3000명이 넘는다. 최근 북경 등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3~4세들 중 민족어의 사용을 포기한 인구가 80%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 진출 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이 민족어를 상실하고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이승률, 2007).

인구이동과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생내원의 감소는 조선족학교 폐교와 민족교육의 부실화로 이어졌고, 민족교육의 위기는 대도시의 조선족에게 더욱 심각하다.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민족동화가 조선족의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에는 민족학교가 없거나 학교규모와 교사 부족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의 학비와 기숙사 비용이 비싸고 초중교육밖에 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선족부모들은 자녀들을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도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은 현재 조선족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향후 조선족사회의 변화·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본문에서는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대도시·연해도시 및 해외로의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의 현황, 부모들의 해외출국에 따른 자녀와의 별거 및 그것으로 인한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짚어본다. 또한 조선족자녀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는 ‘득’과 ‘실’, 도시화과정에서의 도시공동체 형성과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민족교육 위기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대안을 제언하는 것이 본 논문의 연구취지이다.

2. 인구이동(감소)에 따른 조선족학교 통·폐합

100년이 넘는 중국 조선족의 이주역사에서 조선족들이 한족에 동화되지 않고 민족공동체와 정체성을 지켜온 것은 농촌공동체의 형성과 민족교육을 기반으로 민족동질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90년대 중국정부의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는 중국 조선족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들의 인근도시와 연해도시로의 이동, 특히 한중 수교 이후 한국으로의 대규모 출국으로 인해 조선족사회는 공동(空洞)화 현상과 더불어 학생수 감소로 농촌학교의 통·폐합이 늘어나면서 민족교육이 급격히 위축되었다.

조선족학자 황유복은 조선족사회의 변화발전과 민족교육의 위기는 주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한중 수교 이후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사회 변화와 관련된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인구이동과 조선족부모들의 해외출국은 농촌교육의 부실화와 민족의 문화영토의 상실에 따른 농촌학교의 폐교와 통합을 유발했고, 대도시와 연해도시로의 대량의 인구이동으로 인해 ‘조선족들은 바다에 뿌려진 모래알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부문이 바로 민족교육이며, 학생의 감소로 인한 민족교육과 정체성 확보의 기틀인 농촌학교의 폐교는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심지어 한국동포의 지원으로 세워진 연변의 일부 농촌학교는 폐교된 후 현재 한족학교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차한필, 2009: 66).

1990년 전후로 조선족사회는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라는 두 개의 큰 계기를 맞이하면서 많은 조선족인구가 대도시와 해외로 이동했다. 흑룡강성의 경우 조선족학교는 학생내원의 감소로 2006년까지 389개가 폐교됐으며, 30~40개의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조선족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통합보다 폐교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농촌학교를 시점으로 향진(鄕鎭) 및 도시학교로 폐교가 점점 확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중국 조선족학교는 60%의 폐교율을 보였으며, 조선족이 집중 거주하고 있던 동북3성 중 흑룡강성은 2007년까지 80% 이상의 학교가 폐교되었다(문정매, 2007: 60~62).

조선족학교의 통·폐합의 가장 큰 이유는 학생수 감소이며, 학생수 감소원인은 출생율 저하, 국제결혼 증가로 인한 가임여성의 부재, 연해·대도시와 해외로의 인구이동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학생수의 급감과 조선족학교의 폐교는 조선족사회에 많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했다. 첫째, 조선족학교의 폐교는 9년제 의무교육보급에 영향을 주었고, 농촌학교의 통·폐합은 학비부담을 가중시켜 학생들의 중퇴와 한족학교로의 유실을 초래했다. 둘째, 농촌학교의 대량적 폐교는 교사들의 ‘실업’을 초래했고, 조선족교원 ‘과잉현상’을 유발했다. 셋째, 농촌학교의 대량적 폐교는 조선족농민의 고정자산 유실을 초래했다. 넷째, 농촌학교의 폐교로 인해 많은 조선족마을의 황폐화가 가속화되었다(한민족신문, 2009. 7.25).

한편 폐교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명문학교로 거듭난 성공사례도 있는데, 대표적인 학교가 흑룡강성 통하현 조선족학교이다. 이 학교의 ‘성공요인’을 요약하면, 학교장과 교사들의 단합 하에 민족교육의 중요성 강조와 민족학교를 지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이다. 학교지도부의 ‘학교가 있어야 민족이 산다’는 강한 신념과 ‘살아남기’ 전략이다. 한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을 설득하여 호응을 얻어냈다. 학생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교학수준을 높이고 교육환경을 개선했으며, 직업고중을 설립하고 한족학생을 유치했다. 한국단체와 자선가의 민족교육 후원금을 빈곤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로 충당했으며, 졸업생들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등 학교 경쟁력을 높여 학교 지명도를 크게 제고했다.

3. 해외출국에 따른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들의 한국 진출은 많은 편(무)부모가정을 양산했다. 따라서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조선족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한편 현대화·도시화로 인한 교육수준의 향상은 교육비용의 상승을 동반했고, 교육비용 상승 부담은 농촌부모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주지의 농촌학교 폐교가 잇따르면서 자녀를 부득불 도시학교에 보내게 되었고, 기숙사 비용과 학·잡비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연변의 중학교는 보통 기숙사 비용이 월 300위안, 별도의 생활비로 150위안이 소요된다. 사립학교가 대부분인 청도의 조선족학교는 기숙사 비용만 600위안이며, 여기에 학·잡비를 포함하면 조선족 일반직원의 월급과 비슷하다. 자녀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자녀를 외지에 보내 공부시키는 모든 조선족가정에 공동된 현상이다(권태환, 2005: 106~107).

한편 정부의 교육비 감축으로 조선족학교의 교육재원이 부족하고, 도시학교는 외지학생의 증가로 인한 기숙사 확충과 교사월급 지불 및 학교운영 보장을 위한 별도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 상황은 결국 ‘기부금 입학’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고, 지난 10여간 연변지역의 기부금 입학비율은 50%를 넘었다. 또한 대부분의 기숙사제 중학교가 도시에 있고, 인구이동과 교육정책 변화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조선족부모들의 자녀교육비 부담 해결을 위한 도시 진출과 해외출국을 유발했다. 따라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별거를 해야 하며, 그로 인해 부모의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자녀의 교육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수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지역의 조선족학교에서는 외지학생 유치로 정원을 보장하고 재정부족을 충당하고 있다. 도시학교의 외지학생 비율이 증가됨에 따라 그들은 특별관리 대상이며, 흔히 가족과 별거하고 있는 외지학생은 ‘불량학생’으로 여겨진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기숙사보다는 학교의 통제가 어려운 밖에서 하숙생활을 하고 있으며, 출신지역과 관계없이 부모가 모두 출국했거나 혹은 외지로 갔을 경우 대부분 혼자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편(무)부모가정 학생들의 문제점은 부모들의 외지 진출로 인한 정서불안과 가정교육의 결여로 인한 일탈행위 및 학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부모가 해외에서 보내온 풍족한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경향이 강하며, 부모가 돈을 보내오지 않으면 더욱 절망하게 되며 심지어 범죄의 길로 나가는 현상까지 발생한다(강순화, 2004: 128~129).

2005년 11월 길림신문이 진행한 “조선족사회 10대문제”라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7%가 “부모출국 이후 편(무)부모가정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조선족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이는 도시 진출과 해외출국으로 인한 조선족사회의 가장 근본적 문제가 교육문제와 직결되며, 편(무)부모자녀 교육문제가 가장 시급함을 보여준다. 길림지구 영길현의 중·소학교의 편(무)부모 학생수는 60%를 넘었고, 그중 조선족실험소학교의 경우 79.7%에 달했다. 편(무)부모가정 학생들은 학습·품행·생활·심리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있고, 가정교육을 상실한 ‘특수 집단’의 교육문제는 조선족사회의 존립에 관계되는 중차대한 사회문제이다(길림신문, 2005. 12.10). 요컨대 조선족자녀들은 도시화와 부모의 출국으로 인해 가족분산을 겪으면서, 자식을 돌보지 못하는 자책감으로 돈으로 보상하려는 부모들의 심리와 부모의 감시를 덜 받는 생활환경 때문에 과소비 경향과 학업에 열중하지 않는 현상 등 편(무)부모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김익기 외, 2007: 45).

민족교육의 상실은 곧 타민족으로의 동화를 의미한다. 최근 연변자치주의 조선족학교에서는 향후 교육목표를 민족문화의 보전과 민족특색을 살린 민족교육 중심으로 책정했다. 연길시 연북소학교에서는 자치주교육국의 주최 하에 전주 조선족 중·소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민족문화와 민족교육 관련 현지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는 향후 조선족학교는 민족문화 의 특색을 살리면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민족특색이 선명한 민족인재 양성의 요람지로 거듭난다는 교육방침을 확정했다(온바오 연변, 2007. 8.4).


4. 조선족학생들의 한족학교에 다니는 ‘득’과 ‘실’

국내 인구이동과 해외출국에 따른 농촌학교의 폐교로 많은 조선족학생이 유실되었는데, 이 중 조선족자녀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에 대량 입학하고 있는 현상은 조선족집거지 연변자치주에서 더욱 심각하다. 연변일보 류일석(2005) 기자의 탐방기사에 의하면, 조선족이 가장 집중된 연변의 수부 연길시의 경우 한족학교에 다니는 조선족학생이 3000명을 넘는다. 이는 연길시에서만 재적 1000명의 세 개 큰 조선족학교가 소실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증가되고 있지만, 조선족학교에 다니는 한족학생은 고작 450명에 불과하다(권태환, 2005: 40~41).

조선족학생이 한족학교에 가는 주요인은 조선족부모들의 의식변화이다. 즉 중국에서 중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발전 전망이 없으며,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한족학교에서 한족들과 같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목되는 것은 일반인보다 공무원과 지성인들의 자녀가 한족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이들의 대체적 의견은 ‘조선어는 어지간히 알고 중국어는 한족 못지않게 잘해야 만이 주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으며, 주류사회에서 경쟁하려면 중국어가 약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진 부모들이 대도시에 더욱 많으며, 갈수록 ‘찬성’을 받고 있는 것은 도시의 민족교육 환경변화와 관련된다.

학생수의 감소와 교사의 대량 이직으로 인한 상급학교 진학의 경쟁력 약화는 조선족학교 교육수준의 하락에서 기인된다. 교육의 질 저하와 경쟁력 부재는 조선족자녀들의 한족학교 입학을 부추기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결손자녀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고, 인구이동과 출산율 저하가 타민족에 비해 뚜렷한 조선족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일부 학부형들 속에는 조선족학교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민족교육 무용론’까지 회자되고 있다. 조선족의 한족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한어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조선족학교에서는 고급 한어실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사회에서 점차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영어는 성공의 ‘필수조건’이지만, 조선족학교에서는 대부분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다(강순화, 2004: 127).

연변의 조선족들은 자녀를 소학교 3~4학부터 한족학교에 전학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조선족학생은 언어 환경이 양호하여 소학교 3~4학년까지 배우면 조선어는 문제없으므로, 한족학교에 다니면서 조선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조선족학교에서는 한족교원이 직접 가르치는 중국어과를 개설하여 조선족학생들의 유실을 막고 있다. 이는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에서처럼 한족교원에게서 중국어를 제대로 잘 배우면서 조선어도 동시에 잘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한족학생들의 조선족학교 입학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중국어는 물론 조선족학교라는 언어환경 속에서 조선어를 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므로 선호되고 있다.

최근 조선족학교 신입생이 점차 증가되고 있는 상황은 조선족학교들의 학생유실을 막기 위한 실제조치가 유효하게 나타난 것이며, 교육위기가 심화되는 상태에서 신입생의 증가는 바람직한 일이다. 신입생이 증가된 이유는 조선족학부모의 의식변화이다. 조선족학교의 중국어교육 강화는 자녀가 고급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조선(한국)어 구사능력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 최근 기업에서 중국어와 한국어 이중 언어를 장악한 인재를 선호하고, 2007년부터 실시된 방문취업제가 한국어 위상을 높인 것과 관련된다. 대학입시에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가산점이 많은 조선족학교를 다니는 것이 유익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최근 조선족학생들이 한국에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한국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것이다(김익기 외, 2007: 41~42).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에 다니는 현상은 도전이자 기회이며, 득과 실 및 이폐(利弊)가 존재한다. 과거에는 조선족들이 중국어를 몰라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었지만, 도시화의 급속한 진척과 인구이동으로 새로운 도시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주류민족과 경쟁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중국어를 모른다면 곧 도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 민족공동체가 해체위기에 처해 있고 도시에서의 민족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황에서 민족어를 포기한다면 곧 민족정체성을 상실하고 주류민족에로의 동화는 시간적 문제이다. 따라서 민족정체성을 지키고 민족교육의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21세기 경쟁력과 성공의 ‘필수조건’인 한·중 이중 언어와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동시에 잘 배워야 한다.

5. 도시공동체의 교육환경 변화와 민족교육의 위기

도시의 인구이동과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동부3성 도시지역 조선족학교는 학생수가 넘쳐나지만, 도시학교의 수용 가능한 학생수는 전체 조선족학생수의 10%밖에 안 된다. 게다가 대도시에서의 조선족학교 설립은 매우 어렵다. 소수민족 혜택지구가 아닌 대도시에서는 학교설립 인가획득이 어렵고 소수민족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족사회가 민족 대이동에 따른 교육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며,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역시 민족자치를 허용하는 집거지역에서만 시행되는 정책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공동체 민족교육에 대한 정부의 중시가 부족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도 있기 때문에, 조선족학교는 폐교만 있을 뿐 신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차한필, 2009: 73~74).

현재 도시지역으로 진출한 조선족자녀의 교육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현재 청도 등 일부 대도시에만 조선족학교가 설립되었고, 대부분 지역에는 조선족학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몇 년 전 북경과 천진 등지에서 조선족학교가 신설되었지만, 교육시설과 교사확보를 위한 경제적 문제 및 학교운영 관리문제 등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북경에서 장기간 조선족학교를 운영한 조선족학자는 대도시 조선족학교 운영이 어려운 점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자녀를 조선족학교에 보내려는 조선족학부모들의 의지가 약화되었다. 이는 조선족 3~4세의 민족관에 대한 의식변화와 크게 관련된다. 대부분 조선족들은 1년에 약 2만위안이 소요되는 학비와 기숙사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족학교 입학하려면 입학찬조금 2만위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는 부모들의 큰 부담이 된다. 업무수준이 높은 조선족교사를 구하기 어렵다. 이는 조선족학교의 교육 질 저하와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이다.

현재 우리말글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선족비율은 60% 좌우로, 대도시에 진출한 조선족 3~4세의 민족어 구사비율은 10~20%이다. 특히 대도시의 교육환경 변화로 민족교육이 위기에 봉착했고,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를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먹고사는 일에 바빠 그동안 자녀의 교육문제에 소홀했다. 해외 출국한 부모의 경우 가정교육이 뒤따라가지 못해 자녀가 기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대도시에 민족학교가 적고 민족교육 여건의 미비로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으며, 또한 젊은 부모들이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셋째, 교사의 이직(離職)과 학교 설립·운영문제 및 학생수의 감소로 인해 조선족학교의 경쟁력이 하락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변자치주와 동북3성 산재지구 조선족의 국내이동이 지속되면서, 대도시와 연해도시에 이동한 인구는 60만에 달한다(김범송, 2008). 새로운 도시공동체가 형성됨에 따라 민족교육의 위기가 대두되었고 이는 결국 민족동화로 이어진다. 최근 청도 등 도시에서 민족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지만, 정원이 넘치고 학비가 비싸 대부분 조선족들은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교육환경에서 민족어와 민족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많은 조선족학자들은 이러한 교육환경이 지속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족문화의 상실과 민족동화는 곧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에 진출한 많은 조선족들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더불어 민족정체성 상실을 체감하면서 ‘득’과 ‘실’을 따져보는 조선족들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이다.

도시의 민족교육 위기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조선족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바로 청도벽산학교이다. 2008년 12명의 학생과 9명의 교사로 발족한 벽산학교는 현재 50여명 교사와 500여명 학생, 6년제 소학부와 3년제 중학부를 갖춘 대도시 민족교육의 선두주자로 성장했다. 이 학교의 성공비결은 민족어와 민족의 얼을 지키려는 염원으로 학교를 설립했고, 교학에 필요한 종합시설과 부설 유치원 및 주말 한글학교를 개설해 학교의 경쟁력을 높였다. 교육당국의 정식인가를 받았고 국가 교육시스템을 따르면서도 민족의 전통문화와 조선어·중국어·영어 3중 언어교육에 역점을 두었다. 학교의 지도층은 경험이 풍부한 교육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자 자질을 높였고, 유아교육 전공의 교사와 경력자를 초빙해 교학수준을 제고하기에 노력했다. 민족교육의 중요성을 설복하고 지역동포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학교발전을 위한 동포사회 지성인들의 관심과 경제지원을 얻어냈으며, 민족인재 양성에 필요한 각종 명목의 장학회와 장학기부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6. 결론 및 발전대안

개혁개방과 한중 수교를 계기로 조선족사회는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지만, 인구이동과 감소로 인해 민족교육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수 감소로 인한 농촌학교의 폐교와 통·폐합은 민족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했고, 도시에서의 민족교육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또한 교육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부모들의 출국은 편(무)부모가정의 자녀교육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직과 한족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현상 및 대도시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는 조선족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다. 민족의 존립과 직결되는 교육문제는 후대교육의 차원을 넘어 민족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돼야 한다.

아래에 인구이동·감소로 인한 민족교육의 위축과 도시 민족교육의 부실화에 따른 민족동화의 가속화 등 조선족사회 교육위기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대안을 제언한다.

첫째, 인구이동과 학생수의 감소로 조선족학교의 폐교율은 60%에 달했고, 도시에서의 교육환경 변화와 학교설립의 어려움으로 민족교육은 위기에 봉착했다. 따라서 도시에 이주한 조선족 3~4세는 민족교육의 위기로 민족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족사회는 교육환경만 탓하지 말고 민족학교의 설립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지정부의 지지와 도움만 바라서는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민족교육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민족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현지에 정착한 기업가들과 조선족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면에서 폐교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명문학교로 거듭난 흑룡강성 통하현 조선족학교와 청도벽산학교의 성공경험을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녀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부모의 해외출국은 조선족사회에 대량의 편(무)부모 결손자녀들을 양산했다. 부모의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는 특수한 교육방식과 효과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교와 가정이 연합하여 학생 심리상담소를 개설하고 결손자녀 가장학습반을 꾸려 자녀 교육방법과 가장의 책임감을 유발하는 강좌를 개설하며, 학생들의 과외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강순화, 2004: 133~134). 또한 결손자녀들을 위한 ‘전탁학교’와 ‘사랑의 집’을 설립하여 이들에게 합숙을 제공하고, 결손자녀들의 생활과 학습을 통일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관심과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오직 정부와 학교 및 가정 삼자가 결합하여 노력해야 만이 이들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셋째, 조선족사회 교육위기의 중요한 원인은 중견 교사들의 현직 이탈이며, 교사부족으로 인한 자격미달의 기간제교사 채용은 교육의 질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현재 경제적 이유로 교직을 떠나는 20~30대 젊은 교사들의 대량적 유실은 조선족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김익기 외, 2007: 64~65).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차원에서 교육지원 자금투자를 증가해야 하며, 교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학교자체가 교사들의 종합자질 제고에 힘을 모으고,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여 우승열태(優勝劣汰)의 제도를 마련하야 한다. 일정 범위 내에서 타민족의 우수한 교사들을 영입하여 새로운 교수환경을 마련하고, 조선족학생들의 한족학교 유실을 막아야 한다. 교사들의 민족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높이고, 민족교육을 도시의 교육환경에 적응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민족교육의 환경변화와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 3~4세의 가치관·민족관 의식변화로 인해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도시 조선족학교 설립 및 지방정부 인가가 어려운 것은 조선족들의 국내 대이동에 대한 소수민족정책 부재와 지역제한의 한계에서 기인된다(문정매, 2007: 58). 도시 민족교육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조선족사회가 단합하여 교학수준과 종합기능을 겸비한 조선족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족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교사유실을 막고 우수한 교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능한 폐교를 자제하고, 인근 한족학교와 연합학교를 설립하여 조선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조선족들의 한족학교 입학과 중국어교육이 ‘대세’라면, 차선책으로 온라인 학교와 방과후 및 주말 한글학교 등 우리말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다섯째, 재외동포 교육을 위한 한국정부의 정책지원은 그리 효율적이 못되며, 재외동포재단은 60억여 원 예산으로 해외 한글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주로 재외국민에게 사용되며, 민족어의 배움터를 상실해 민족동화의 위기에 놓인 재외동포는 소외되고 있다(매일신문, 2009 8.23). 현재 대도시의 조선족교육이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한국정부와 재중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중국 진출 한국인과 도시 진출 조선족들이 함께 새로운 민족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민족교육의 존립과 발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는 당지 조선족자녀들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현지 한국인회나 한인교회는 조선족자녀를 위한 한글학교 설립과 교재·기자재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지 한글학교의 교사양성을 위해 고국 연수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동포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온라인 교육을 위한 전략적 접근도 바람직하다.





2009년 11월 20일

동북아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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