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가 모옌(莫言·57)이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1일 “그가 환상적인 리얼리즘을 민간 구전 문학과 역사, 그리고 동시대와 융합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모옌은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나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연상시키는 세계적인 스타일을 창조했으며 중국 고전 문학과 구비문학이 그 뿌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高行健·72)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당시 그의 국적은 프랑스였다. 모옌은 중국 국적자 중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기록됐을 뿐 아니라 1994년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 이후 아시아에 18년 만에 이 상을 안겼다.
‘말이 없다’는 뜻의 ‘모옌’은 그가 1981년 등단 이후 써온 필명이다. 본명은 관머우예(管謀業)이다. 1955년 산둥성의 시골 가오미(高密)현에서 태어난 모옌은 동년배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초등학교 시절 문화대혁명이라는 풍파를 겪으면서 순탄치 못한 성장기를 보냈다. 18세 때부터 4년 동안 면화 공장 노동자로 일한 그는 1976년 징집된 군대에서 글을 쓰기 시작해 전역 직후인 1981년 문학잡지 ‘롄츠(蓮池)’에 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갔다.
그리고 5년 뒤인 1986년, 그는 나귀 한 마리 값에 양조장 주인에게 신부로 팔려가는 빈농 딸의 운명을 그린 소설 ‘붉은 수수밭’으로 운명의 전환을 맞는다.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는 1988년 이 작품을 영화로 재탄생시켜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받았고 모옌의 명성도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폐막 직후 베이징 소재 중국현대문학관에서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모옌은 이렇게 털어놨다. “군대 들어가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주인공을 도시 사람처럼 만들어보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더군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은 수수밭 콩밭 목화밭 같은 것이었죠. 결국 다시 고향 땅을 밟았을 때 먼지를 뒤집어쓴 밀 이삭조차 예뻐 보이더군요. 결국 처참했던 저의 유년시절과 고향은 제 작품의 인물이 되고, 상상력의 보고가 된 것입니다.”
모옌의 작품은 중국에서 ‘뿌리 찾기 문학’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고향의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환상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작품은 근현대 중국 민중의 삶을 그리면서도 개별적 인물의 삶에서 근원적 보편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한 풍경이 있다. 혹독한 가뭄 또는 극심한 홍수, 외세의 침략이 시작되자 눈앞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친자식을 고깃덩이처럼 팔아버리는 아비 어미의 모습이 그것이다. 가령 가난에 지쳐 자식을 팔면서도 슬퍼하지 않고 낙천적인 인간 군상들(‘술나라’), 조정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명령을 받고 인간 살점을 구백구십구 조각으로 베어내는 망나니(‘탄샹싱’), 평생 여자들의 젖가슴을 찾다가 끝내는 정신병원까지 다녀오는 금동(‘풍유비둔’)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렇듯 모옌은 근현대사의 그늘 아래 억눌린 인간의 운명을 극단까지 몰고 가 선악의 경계를 보여준다.
모옌은 사회 비판적 성향의 작품도 적지 않게 썼다. 2009년엔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 속에서 강제 낙태 수술을 해야만 했던 산부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 ‘개구리’를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소설로 2011년 중국의 대표적 문학상인 ‘모순(茅盾)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5년 대산문화재단 주최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는 등 수 차례 방한했으며 지난해엔 만해대상 문학부문을 수상한 지한파 작가이다.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쿠키뉴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