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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두 개'의 노벨상이 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10.16일 13:56
[中國探究] 모옌 노벨문학상 수상의 문화정치학

[프레시안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중국 작가 모옌(莫言)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아시아 국적의 작가로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1913년), 이스라엘의 소설가 슈무엘 요세프 아그논(1965년),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1994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난 2000년 중국 출신의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이 상을 받은 바 있지만, 그는 프랑스 국적을 가진 망명 작가였다.

이 두 가지 사실, 즉 아시아 작가로서는 다섯 번째 수상에 불과하다는 점과 중국 국적으로서는 최초의 수상이지만 중국 혈통으로서는 이미 다른 수상자가 있다는 사실은 이번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노벨문학상과 오리엔탈리즘: 서양의 시선이 결정하는 '탁월한 문학'

노벨상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를 받들어 '문학 분야에서 이상(理想)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을 창작한 작가에게 1901년부터 시상해 온 노벨문학상은 올해까지 모두 107명의 작가가 수상했다. 그 가운데 아시아 국적의 작가가 5명으로 전체 수상자 중 5%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아시아 문학이 서양 문학에 비해 그 수준이 뒤떨어지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바대로, 노벨문학상이 서양인의 눈에 비친 '탁월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학이라는 지평으로 동서양을 나누어볼 때 동양이 결코 서양에 뒤진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데도 없기 때문이다. 발표 때까지 선정 과정 자체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는 노벨문학상은 결국 서양인이 본 서양인의 문학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 만일 노벨문학상 선정 과정에 동양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면 그 양상이 지금과 같이 전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벨문학상과 국가주의: 예술까지도 수렴하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담론

이런 상황을 두고 많은 이들은 아시아 문학이 더 많이 서양의 언어(대표적으로는 영어)로 번역되어 서양인들에게 소개돼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국경을 넘어 다른 문화권 독자들에게 읽히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화 교류와 인류 정서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권장돼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마치 상을 타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문학 창작과 유통의 더욱 근본적인 목적은 수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성취와 창조적 비판을 통한 동시대의 감성과 문제에 공감하는 데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적을 중심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구분하는 관행은 이런 문학적 역할을 마치 올림픽 금메달 따기와도 같은 행위로 바꾸어 놓아 버렸다. 물론 올림픽의 근본정신도 '참여'와 '최선'이라는 가치에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미 국가별 순위를 집계하는 관행이 고착화된 것은 생각할수록 씁쓸한 일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근대 국가의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에서 비롯된 관습들이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든 예술이든 모두 수렴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통해 자민족의 우월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관습에 다름 아닌 것이다.

노벨문학상과 자기 식민적 태도: 중국에는 두 개의 노벨상이…

노벨문학상이 보여주는 이런 방식의 오리엔탈리즘이 보여주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프란츠 파농이 말한 바와 같은 자기 식민화의 과정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농은 프랑스어에 대한 흑인들의 동일시 문제를 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백인에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스스로를 흑인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사실 말이다. 흑인에게도 하나의 사실이 있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그들 사상사의 풍요로움과 그들 지성사의 뒤떨어지지 않는 가치를 백인들에게 증명하려고 애쓴다는 사실 말이다."

사실, 중국에게 있어 가장 축하해야 할 노벨상 수상자는 2000년의 가오싱젠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그의 수상에 냉담했다. 수상 발표 이후에는 짤막한 사실 보도만이 나왔을 뿐이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가오싱젠은 자신의 연극 작품이 중국 내에서 공연 불허 처분을 받은 데 실망하여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이 주어졌을 때 중국 당국과 언론의 태도는 더욱 강해졌다. 노벨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분위기였다. 지금도 중국 당국은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를 석방하지 않고 있으며, 그의 부인마저 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번 모옌의 수상을 두고 중국 언론은 중국의 자랑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중국에는 두 개의 노벨상이 있는 셈이다. 중국을 비판하고 부정한 이에게 주어진 노벨상과 그렇지 않은 노벨상. 가오싱젠과 류샤오보가 받은 노벨상과 모옌이 받은 노벨상 말이다. 이런 상황은 꼭 파농이 말한 그대로다. 노벨상을 거부하면서도 결국 노벨상의 프레임에 갇혀 버리는 이중적 식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임계치 안에서 수행되는 사회 비판

모옌은 1980년대 이후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꾼으로 중국 문단에 등장했다. <붉은 수수 가족>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영화화를 시도할 만큼 잘 읽히는 이야기였다. 혁명과 투쟁의 서사에만 얽매어 있던 중국의 대중은 물론이요, 중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독자 대중에게까지도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우리에게도 위화 등과 같은 이야기꾼들과 더불어 본격 소개되면서 이전의 중국 문학과는 달리 결코 엷지 않은 독자층을 형성해 왔다.

모옌은 중국의 고향과 농촌을 주요한 제재로 삼아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1980년대 중반 중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뿌리 찾기 문학'의 열풍 속에 그도 함께 자리했던 것이다. '뿌리 찾기 문학'을 두고 순수한 문화로써 정치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는 않으나 적어도 모옌에게 이런 해석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비판받고 있는 대로 그 자신이 작가로서 비정치적인 정치성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체제 부응적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근작 <개구리>가 중국의 가족계획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가 상당히 비판적 태도를 지닌 문인이라며 옹호하기도 하지만, 그런 정도는 중국 사회가 감당하고 용인할 수 있는 '비판의 임계치' 안에서 수행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모옌은 작년부터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중국작가협회는 사회주의 혁명을 적극 지지했던 작가들을 중심으로 1949년 설립된 '중화전국문인학인협회'를 전신으로 하는 관변 기구다. 현재 협회의 '장정(章程)' 1조는 이렇게 쓰고 있다. "중국작가협회는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고 중국 각 민족 작가가 자원하여 조직한 전문적 인민 단체로서 당 및 정부와 폭넓은 작가, 문학인들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연결고리이며 문학 사업을 번영하고 사회주의 정신문명 건설을 강화하는 중요한 사회적 역량이다."

중국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이번 모옌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가오싱젠과 류샤오보를 넘어서는 새로운 노벨상이 중국 당국에게 필요했을 내부 사정은 추측 가능한 바이다.

▲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작가 모옌. ⓒAP=연합뉴스

소설가 모옌과 정치적 표상으로서의 모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옌의 문학적 성과를 전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여전히 치열한 태도와 자세로 문학적 성취를 이뤄내고 있으며, 한국 문단이나 학계와도 그런대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또 특정한 문학이 같은 사회적 맥락 내부에서 수용되는 방식과, 그 맥락을 넘어 다른 사회 속으로 전이되는 과정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모옌의 문학이 중국 사회 내부에서는 그다지 비판적이지 않은 심심한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보편적 정서를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작품을 두고 더욱 진지한 토론과 학술적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누구든 자신의 온전한 의지와는 달리, 말 그대로 비주체적으로 어떤 상징이나 표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사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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