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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 롬니, 6월부터 칼 갈았다

[기타] | 발행시간: 2012.10.16일 10:00

ⓒAP Photo 10월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6일 대선에서 재선의 꿈에 부풀어 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길이 무겁다.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지도 모를 10월3일의 첫 텔레비전 토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완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약 5000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첫 TV토론에서 상대인 롬니에게 완패한 것은 토론의 달인임을 자부하던 오바마로선 여간 쓰라린 패배가 아니다. 시종 무기력하고 김빠진 토론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패배감과 좌절감을 안겨준 데 대한 자성인지는 몰라도 오바마는 토론 다음 날부터 종전의 온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투적 유세가로 돌변해 연일 롬니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롬니 측은 이번 토론을 계기로 그간 열세였던 지지세를 만회할 발판을 확보했다고 보고 격차 줄이기에 나섰다. 지금 같은 분위기로 봐서는 오바마, 롬니 두 후보 간의 쫓고 쫓기는 형세가 대선일까지 지속될 양상이다.

사실 우군인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공화당조차 콜로라도 주 덴버 대학에서 90분가량 벌어진 이번 토론에서 오바마가 이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질 줄 상상도 못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을 상대로 멋진 토론을 펼쳐 완승한 데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각종 현안에 관해 토론할 기회를 수없이 가져온 토론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경제난과 천문학적인 연방부채, 감세 등 핵심 현안을 놓고 토론의 주도권을 잡은 사람이 오바마가 아닌 대권 재수생 롬니였다. 롬니는 전의에 불타는 승부사답게 시종일관 활력과 자신감에 가득 차 오바마를 공략했다. 잇따른 말 실수로 인해 토론 전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에 밀리던 롬니는 이날을 지지율 만회를 위한 '디데이'로 삼은 듯했고, 이런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토론 직후 CNN과 CBS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방증한다. CNN의 여론조사를 보면 시청자 가운데 67%가 롬니의 손을 들어준 반면 오바마에 점수를 준 사람은 25%에 불과했다. 이번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부동층을 상대로 한 CBS 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CBS 뉴스가 토론 직후 이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46%가 롬니의 손을 들어준 반면 오바마를 꼽은 사람은 22%에 그쳤다. 물론 오는 16일과 22일 두 번 더 TV토론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이번 토론을 앞두고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롬니가 TV토론을 전세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롬니 진영의 고위 보좌관인 케빈 매든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린 이번 토론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이 나라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사람은 롬니라는 점을 설득하는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올여름 공화당 전당대회까지도 롬니는 오바마와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롬니는 얼마 전 그의 '실언' 내용이 담긴 비디오가 폭로되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진보적 성향의 탐사전문지 <마더 존스(Mother Jones)>가 9월 중순 폭로한 비디오에 따르면 롬니는 지난 5월 부유한 지지자들이 모인 비공개 선거자금 모금 자리에서 "우리 국민 가운데 47%는 연방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을 '정부 의존형 인간'으로 매도해 충격을 던졌다. 백만장자인 자신의 소득세율이 대다수 미국인들보다 훨씬 적은 13.9%인 롬니가 소득세 문제를 운운할 처지가 아닌 데도 이런 발언을 한 것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토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롬니는 자신의 실언을 계기로 실추된 이미지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TV토론에서 찾았고, 경합 주인 오하이오 주 출신의 로브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을 오바마 삼아 그동안 철저한 모의 토론을 진행해왔다. 특히 토론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대비한 대목이 '47% 실언' 문제였다고 한다.

한 달 남은 대선, 여전히 오리무중

상황이 이런데도 오바마는 이번 TV토론에서 롬니의 아킬레스건인 '47% 실언' 문제를 거론조차 안 하는 우를 범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칼 헐스는 "오바마는 현재 TV 광고를 도배하고 있는 롬니의 47% 실언 문제를 왜 꺼내지 않았는가? 오바마가 그런 논란에서 비켜나 있겠다는 건가 아니면 롬니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건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의 핵심 참모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MSNBC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는 특정 화제를 먼저 꺼내기보다는 제기되는 문제에 관해서만 답하기로 결정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문제를 건드리다 보면 후보 서로가 인신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피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심사는 대선을 불과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이 같은 TV토론이 유권자들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대선후보 간 TV토론이 시작된 1960년 이후 역대 9번의 토론을 분석한 결과,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9번 가운데 단 두 번만 당락을 가늠할 만한 영향을 줬을 뿐 나머지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

영향을 준 두 번 가운데 하나는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와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가 맞붙었던 1960년의 첫 대선 TV토론인데, 당시 현직 부통령이던 닉슨 후보는 노련한 경험을 바탕으로 첫 TV토론에서 케네디 후보를 1%로 앞지르는 등 세 번째 토론 때까지만 해도 우세였으나 마지막 네 번째 토론에서 4% 차로 고배를 마셨다. 그 여세를 몰아 케네디 후보는 겨우 0.2%포인트 차이로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또 한 번은 2000년 당시 현직 부통령이던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맞대결이었다. 당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고어는 첫 TV토론이 열리기 전 부시를 8%포인트나 지지율에서 앞섰다. 하지만 첫 토론 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사라지더니 두 번째, 세 번째 토론을 거치면서 지지율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해졌다.

올해 대선처럼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면 TV토론이 당락을 가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롬니의 여건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이번 TV토론 직전 AP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롬니가 오바마를 꺾으려면 오차 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합 주 플로리다, 콜로라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버지니아 등 6개 주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롬니가 설령 6개 주를 석권해도 전체 50개 주 538명 선거인단 가운데 당선에 필요한 과반수인 270명에 살짝 못 미치는 267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롬니는 추가로 오하이오와 아이오와까지 승리해야만 오바마를 누를 수 있다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롬니가 지지율 격차를 줄여 반전의 기회를 맞으려면 이번 첫 토론은 물론 오는 16일과 22일 각각 열리는 두 번의 토론에서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바마 측도 첫 토론의 완패를 거울삼아 남은 두 번의 토론에서는 상당히 공세적으로 나올 태세다. 한 달밖에 안 남은 미국 대선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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